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김기현(62·4선·울산 남을) 의원이 30일 선출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 중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경선 결선 투표에서 66표를 얻어 34표를 받은 김태흠 의원을 제쳤다. 앞서 의원 101명 전원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선 김 원내대표가 34표, 김 의원이 30표, 권성동·유의동 의원이 각각 20·17표를 얻었다.
김 원내대표는 “반드시 국민 지지를 얻어내고 내년 대선에서 이겨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살려내겠다”며 “싸울 것은 싸우겠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한 17개 상임위원장직의 재배분 문제와 관련해선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등을 반환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범법자 지위에 있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 같은 폭거가 옳은 건지 민주당이 스스로 판단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김 원내대표는 17·18·19대 의원을 거쳐 2014~2018년 울산시장을 지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이 선거와 관련해 검찰은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知己)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서 당시 청와대 인사 등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黨지지율 40%로 올려, 대선후보 단일화 주도하겠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김기현(4선·울산 남을) 의원이 당선된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년 3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를 통해 국민의힘 텃밭으로 꼽히는 영남권 지지를 다지면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여당에 맞서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것이다. 이른바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피해자란 상징성을 가진 김 원내대표를 대여(對與) 원내 투쟁의 선봉에 세워 정권 교체를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의 부조리에 “목숨 걸고 앞장서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내년 대선 전략과 관련해서는 ‘당 지지율 40%’를 목표로 제시하며 ‘자강론(自强論)’ 내걸었다.
울산 출신인 김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됐다. 2004년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로 울산 남구을에서 당선돼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내리 3선을 하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현 울산시장)에게 패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이 관련자들을 대거 기소하면서 피해자란 평가를 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경선 캠페인 때 “내 존재가 문재인 정권 법치 파괴를 상징적으로 증명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첫 시험대는 민주당이 독점한 17개 상임위원장직 재배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때까지는 원내 교섭단체가 상임위원장을 의석수에 비례해 나눠 맡았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이 맡아온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갔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등을 돌려주고 말고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국민의힘에 돌려줘야 할 의무만 있는 상황에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범법자 지위에 있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늘 승부를 걸면서 살아왔다. 싸우면 이길 것”이라며 “이기는 방법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책 현안과 관련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미국에 사절단을 보내 백신 확보에 나서자”고 했다. 주택 문제 해결책 모색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이 진행해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통합 협상을 이어받게 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문제도 다뤄야 한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합당을 위한 합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기, 방법, 절차는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의) 좋은 대선 후보를 골라내 국민 지지를 받게 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당 지지율을 40%까지 올리면 바깥에 있는 후보들이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며 “자강이 우선”이라고 했다. 당분간은 야권 통합보다 당 쇄신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김 원내대표 당선은 6월 초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권(黨權) 경쟁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구를 지역구로 둔 주호영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같은 영남 출신인 김 원내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나경원 전 의원이나 권영세 의원, 초선의 김웅 의원 등 수도권 인사들의 경쟁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대표에 이어 당대표까지 영남 출신이 맡는 건 곤란하다는 ‘도로 영남당’ 논란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당심(黨心)이 아직 ‘복당파’에 완전히 열리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선거에서 3위와 4위를 한 권성동 의원(20표)과 유의동 의원(17표)은 모두 탄핵 사태 때 당을 나갔다가 복당했다. 반면 탈당 전력이 없는 친박계 출신 김태흠 의원은 1차 투표에서 30표를 얻어 2위를 해 이변이란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