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통합) 열차가 출발했다. 타려면 빨리 타야 한다”며 “내가 먼저 (정치권에) 왔고 아픈 경험도 했으니,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황 전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지난해 4·15 총선 패배 후 1년 만이다. 그는 동그란 자신의 안경테를 가리키며 “젊은 스타일로 바꿨다”고 했다. 다음은 황 전 대표와 일문일답.
-야권에선 지난 총선 참패 책임론이 많다.
“혁신과 공천 실패에 내부적 원인이 있었다. 정치 경험도 풍부하지 못했고 디테일도 부족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그렇다고 좌절만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의 민생 파탄으로 책임과 각오는 더 강해졌다. 나라가 정말 ‘맛이 가고’ 있다. 내가 국회의원 하려고 정치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나는 정치를 그만둔 적이 없다. 당직을 내려 놓았을 뿐이다. 여전히 당비도 많이 내고 있다.”
-대선 출마할 생각인가.
“(즉답을 피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 머슴·문지기라도 하겠다. 선수가 되든 킹 메이커가 되든 목표는 문재인 정권을 종식하는 것이다. 첫 도전은 실패였지만, 다시 한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강성 투쟁으로 중도 확장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있다.
“경제정책도 돈을 풀 때가 있고 조일 때가 있다. 당시엔 여당과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멀쩡한 수사기관을 두고 공수처를 만들려 하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시도했다. 그러자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수많은 국민이 몰려들었다. 국민과 함께한 집회였고 후회는 없다. 결국 지소미아 파기는 우리가 이를 통해 막을 수 있었다.”
-혹시 당 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국회 주변에선 그런 소문도 돈다.
“그런 헛소문을 ‘가짜 뉴스'라고 한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나.”
-한때 야권 대선 주자 1위였지만 지금은 윤 전 총장이다.
“시대정신이 영웅을 만든다. 문재인 정권의 위선과 ‘내로남불’로 윤 전 총장이 지지받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은 자꾸 바뀐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이 모여 (야권 통합의)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함께할 아주 귀한 자산이다. (통합) 열차가 출발했고, 속도가 점점 빨라져 타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 팀장이던 윤 전 총장은 당시 법무장관이던 황 전 대표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윤 전 총장이 말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대상이 나는 아니었을 것이다. 검사 5명이 함께 수사하면 모두 의견이 다르다. 그걸 조율해서 한 몸으로 가는 것이 검찰 수사다.”
-이후 윤 전 총장에 대해 대구고검 등으로 좌천성 인사가 났다.
“그건(인사) 인사관련 위원회에서 한 것이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자면 검사가 2500~3000명인데 나한테 서운해할 사람이 많다.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윤 총장과 민생을 살리는 대도(大道)를 함께 가야 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연락을 하나.
“김 전 비대위원장과도 소통을 하고 있다. 또 소통에 준하는 대화도 있다. 안 대표와는 최근에도 통화를 했다. 안 대표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입당 결정을 해주면 좋겠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자기 몫만 챙기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당 대표 시절 원내대표로 일했던 나경원 전 의원이 최근 “(황 전 대표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나 전 의원과는 항상 진정성 있게 말을 하고 있다. 다른 큰 뜻이 있어 그런 말을 했다고 본다. 나를 따르는 의원들이 없다고? 늘 의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날 한 시간 인터뷰 동안 전·현직 의원들의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그는 “이런데도 내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하느냐”며 웃었다.
-지난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기현 의원을 밀었다는 얘기가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왔던 한 분 한 분 다 훌륭한 분이다. 의원들과는 늘 소통한다.” 김 원내대표는 황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추경호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전희경 전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지난달 약 1년만에 국회를 방문해서 “류호정은 어디 의원인가요?”라고 물어서 논란이 됐다.
“(억울한 표정으로) 반어법이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곳에 갔다. 방명록에 대부분 우리당 의원인데 ‘류호정’이란 이름이 그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농담식으로 ‘류호정은 어디 의원인가요?’라고 물은 것이다. 내가 정의당 의원인지 왜 모르겠나. 오히려 감사해서 했던 말이다,”
이에대해 부인인 최지영 나사렛대 교수는 인터뷰 후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그렇게 안 먹히는 ‘아재 개그’ 그만 하라고 했는데, 결국은 그렇게 됐다”며 황 전 대표에게 핀잔을 줬다.
-과거 가발 논란이 따라다녔고, 이후 모발 이식설도 나왔다.
“오, 가발! 정말 아니다. 지난해 삭발식 때 확인하지 않았나. 모발 이식? 대단한 상상력이다. 한 가닥도 이식한 적 없다. 최근엔 헤어스타일도 좀 젊게 바꿨다. (기자에게) 혹시 모발 이식수술 받았나?” 가발 논란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부인인 최 교수는 “사위에게 주변 사람들이 가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장인과 ‘사우나에 가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날 인터뷰는 가발 얘기로 웃으며 마무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