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 하고 있다. 2021.05.03.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로를 직접 언급했다. 또 “세월호는 챙기면서 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겐 소홀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하면서 과거 당 지도부와 차별화된 행보에 나섰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변화에 나선 송 대표를 두고 당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엔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 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박 대통령이 미사일 개발 사업을 선도해 그나마 우리 국방력이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엔 “3·1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한 대통령님의 애국 독립 정신을 기억한다”고 썼다. “국제 정세를 제대로 본 것은 이승만과 김대중”이란 말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방문해 전직 대통령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민주당에선 앞서 문재인(2015년)·추미애(2016년)·이해찬(2018년) 전 대표도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예우 차원” “국민 통합 차원”이라고 밝혔을 뿐 따로 방명록을 쓰거나 두 대통령의 공(功)을 직접 언급한 사례는 없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는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글을 남겼다. /국회사진기자단

송 대표는 또 이날 동행한 윤호중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아들이 ‘유니폼(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민주당이 너무 소홀히 한다. 세월호는 막 그렇게 하면서(챙기면서)’라고 하더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세월호 가족을 챙기듯 공무 군경도 잘 챙기자는 취지”라고 했다. 송 대표는 지도부와 함께 6·25 전쟁 영웅인 김종오 장군, 손원일 제독 묘역도 참배하며 “손 제독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주역이고, 김 장군은 백마고지 전투의 영웅”이라고도 했다.

송 대표의 이런 행보에 여권 내에서도 “진보 진영의 금기를 깨려는 파격 행보로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 기간 ‘민주당 당명 빼고 다 바꾸겠다’고 한 것처럼 소신 행보로 친문 핵심과의 차별화, 대선 전 중도 끌어안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현충원 참배 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를 강조하며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주셨던 민심을 잘 수용해 민주당이 변화·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정희 前대통령 묘역 참배한 宋 -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송 대표는 방명록에“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 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 /이덕훈 기자

이어 기자 간담회에선 “그간 정책도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많았다”며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성 친문들이 ‘속도전’을 강조하는 검찰·언론 개혁과 관련해선 “진행 경과를 보고 당 차원에서 단계적 토의 구조를 상의하겠다”고 했다. 강성 당원의 ‘문자 폭탄’ 문제엔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존중하고 선의로 해석하고 상처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송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송 대표를 중심으로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첫 자세 그대로 끝까지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다는 평가를 받는 송 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 인선에서도 비문(非文)·비주류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에 재선 김영호 의원, 대변인엔 의사 출신 초선 이용빈 의원을 임명했는데 모두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이다. 당의 살림을 맡는 사무총장엔 송 대표가 인천시장을 지낼 때 시 대변인을 맡았던 윤관석 의원(3선), 수석대변인엔 한때 손학규계로 통했던 고용진 의원(재선)이 내정됐다. 정책위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4선 노웅래 의원도 비주류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