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해온 국민의당이 13일 전국 지역위원장 공개 모집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전국 253개 선거구에 별도의 지역위원장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 국민의당이 대대적인 지역 조직책 공모에 나서자 야권에선 “안철수 대표가 야권 통합이 당분간 여의치 않다고 보고 독자적인 대선 채비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 선거로 인해 양당 합당 논의가 당분간 어려워졌다. 게다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합당 논의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보고 ‘플랜B’ 가동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오는 21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공모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올렸다. 국민의당은 “중도 실용 정치를 펼쳐나가며 야권 혁신 대통합과 정권 교체에 헌신할 역량 있는 분을 모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작년 4월 총선 때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선거만 치렀다. 그 뒤로도 7개 시·도당위원장만 뒀을 뿐 선거구별 지역위원장은 따로 두지는 않았다.
그런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서자 국민의힘 측에선 “안 대표가 세력 확대에 나서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에선 “국민의당의 지역위원장 모집이 합당 논의를 더 어렵게 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양당의 지역위원장끼리 통합 후 자리다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이후 본격적인 통합 논의를 하겠다고 한 것과는 배치되는 움직임”이라며 “당분간 야권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독자적인 대선 준비에 나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야권 상황이 안 대표의 독자 세력화를 불가피하게 한 측면도 있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있던 주호영 의원과 합당 협상을 해왔다. 그러나 주 의원이 물러나고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안 대표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좋은 분들의 참여는 언제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도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를 치르며 자강과 쇄신을 외치는데 우리 당은 손가락 빨며 지켜보라는 것이냐”라고 했다.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통합 논의가 본격화할 때를 대비해 당세(黨勢)를 키우는 작업도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안 대표도 정권 교체를 위해 차기 대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안 대표의 이런 입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지역위원장 모집에 나선 것은 안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 힘을 키우겠다는 뜻 아니냐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현재 장외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잠행이 좀 더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안 대표로 하여금 세력 확대를 재촉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이렇다 할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불쑥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전국적 세력을 키우며 윤 전 총장 등판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 반발에도 국민의힘 지도부에 복당(復黨)을 허가해달라고 연일 요청하고 있다. 작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황교안 전 총리도 국민의힘 일부의 반대 속에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 국민의힘에선 두 사람 모두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분간은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각기 세력을 키우며 각자도생하는 형국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