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광주를 찾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국민의 뜻과 촛불 정신을 헤아리지 못 했다”며 사과했다. 연초 사면론을 제안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초 저는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려면 국민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했다”며 “그러나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그 잘못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로 있던 새해 첫날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했다. 4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새해 첫날 중도·보수층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사면 카드를 꺼내든 것이었다. 하지만 여권은 물론 야권의 공격을 받았다. 여권 대선 주자 1위를 달렸던 지지율도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전 대표는 “그 후로 저는 아픈 성찰을 계속했고, 많이 깨우쳤다”며 “앞으로 국민의 뜻을 살피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연초 사면 발언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저는 전남에서 나고 광주에서 자랐다” “오늘까지 저를 키워주신 광주 전남에 감사드린다”며 자신이 호남 출신인 점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사과는 답보 상태인 자신의 지지율과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계속 부정적이라는 점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박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은 39%(13일 한국갤럽)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정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