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24일 여야(與野)가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단한 성과”라고 한 반면 국민의힘·국민의당은 “44조원 주고 물건 대신 어음만 받아왔다” “요란한 빈 수레와 맞바꿨다”며 혹평을 쏟아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안보와 경제 등 전 분야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며 “한미관계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전면적인 변화의 계기, 즉 전략적 변곡점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대북 관계에서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을 기초로 외교적 대화로 풀어가기로 합의했다. 대북 정책에서 최선의 내용, 최적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문제는 정부 측과 긴밀히 협의해 가겠다”고 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성 김 동아태 차관보 권한대행을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깜짝 지명한 것은 외교적 방법을 중심으로 대북 정책에 대한 속도를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바이든 정부의 일관된 신호는 북한과의 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관련,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국격이 ‘뿜뿜’ 느껴지는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기업들이 44조원 규모의 대미 직접투자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결국 손에 잡히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현금을 지급하고 물건 대신 어음만 받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외엔 구체적인 백신 확보 성과가 없었다”면서 “한 달 전 미국 방문에서 1억 회분 백신을 확보했던 일본 스가 총리의 성과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라고도 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실질적 진전이 없었다. 한미 양국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점 외에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전혀 논의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문 정권의 협상력·외교력의 부재를 드러낸 것으로, 성과 30에 실망 70의 회담”이라며 “건국 이래 최고의 성과라고 호들갑 떠는 것은 과도한 견강부회”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 기업의 피 같은 돈 44조 원 투자를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와 맞바꾼 기대 이하의 성적표였다”며 “내실로만 따지면 외화내빈(外華內貧)이었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가 요구했던 백신 스와프가 성사되지 못하고, 미국이 군사적 차원에서 필요했던 국군 장병 55만 명 분의 백신을 얻는 데 그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백신 위탁 생산 등과 관련해 “특히 mRNA 백신은 원료부터 우리나라 기업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전이 핵심”이라며 “이 모든 것이 확인되고 확정돼야 백신 외교가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북한 문제 관련해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북한 당국에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며 “정부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평양 특사를 제안하는 것도 검토해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안 대표는 전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2주기 추도식을 맞아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한 범여권 인사들과 관련, “노 전 대통령 살아생전에 자신들이 돌을 던졌던 일은 감추고, 봉하마을 내려가는 쇼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계승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노 대통령의 꿈을 망치고 있다. 눌린 돼지머리가 웃을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 정권은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특권과 반칙의 주체이자 몸통이 됐다”며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사람 잡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