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을 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 원훈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원훈을 바꾼 지 5년 만에 다시 교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2018년 7월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이라고 한 데서 따온 문구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4일 오후 국가정보원에서 국정원 원훈석 제막식이 끝난 뒤 박지원 국정원장과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들고 있다. 뒤로는 5년만에 바뀐 원훈이 새겨진 비석. /연합뉴스

원훈석 서체는 1968년 북한 연계 지하당 조직인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복역한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손글씨를 본뜬 ‘신영복체’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정확히는 신 선생의 생전 글씨체를 본뜬 ‘어깨동무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와 같은 서체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북 정보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정원 원훈 서체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전 교수는 국보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988년 특별 가석방됐다. 문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아왔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제자로 알려져 있다.

올해로 창설 60주년을 맞은 국정원 원훈은 그간 네 번 바뀌었다. 첫 원훈인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1961~1998년) 이후엔 ‘정보는 국력이다’(1998년·김대중 정부),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2008년·이명박 정부),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2016년·박근혜 정부) 등 10년을 못 넘기고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지원 국정원장의 업무 보고를 받고 “2018년 7월 이곳에서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적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도, 여러분도 그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국정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 이제 국정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 국내 정보 수집 기능 폐지 등이 골자인 개정 국정원법은 올 초부터 시행됐다.

박 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와 완전히 절연하고 북한·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며 “2023년 말까지 완전한 대공 수사권 이관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