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인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은 보수층, 특히 젊은 층의 변화와 정권 교체 열망이 투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도 세대교체보다는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당선은 변화의 결과가 아닌 시작”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고정관념을 깨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껏 언론 인터뷰와 저서에서 “젊은 보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발전에 대한 공훈을 인정하면서도 그 방식이 미래에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가 환경, 노동, 인권이라는 3대 가치로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보수의 새로운 안보, 경제, 교육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준으로 꺼내 든 것이 바로 ‘공정’과 ‘경쟁’이다.
대구에서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분고분한 것이 청년 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3일 대구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다. 이 대표는 보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서 “여러분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이 있으십니까”라며 “나를 영입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박 전 대통령이 나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1년 박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으로 발탁하며 26세에 정계 입문해 ‘박근혜 키즈’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탄핵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내내 ‘배신자’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그러나 “박근혜 탄핵은 정당했다”는 말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순히 탄핵을 넘어서자는 것이 아니라 영남권에 새로운 보수를 택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당원들이 여기에 화답했다”고 했다.
“윤석열 입당 전까지는 우리 당내 인사가 우선”
이 대표의 ‘공정’은 대선 주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11일 당선 뒤 기자 간담회에서 “특정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우리 당 자강에 대한 의지를 계속 보일 것이며 우리 당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대선 주자들에게도 문호를 열어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도 정치 참여 의사가 있다면 안내하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등을 위한 공간은 마련돼 있지만, 이들을 영입하는 데 특혜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 대선 주자들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며 “언급됐던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외에도 하태경 의원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입당하거나 합당하기 전까지 우리 당의 (경선) 룰을 만드는 과정서는 당내 인사 의견이 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로서 당내 대선 주자들을 우선적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는 야권 통합과 대선 과정에서 중진과 원로들의 참여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당과 합당하는 일과 같은 중차대한 과업은 (과거 원내대표로 합당을 논의했던) 주호영 의원이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계속 이 일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공식 요청을 드리겠다”고 했다. 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선 “안 오실까 걱정”이라며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모시겠다”고 했다.
“북한과 타협할 일 없다”
이 대표의 대북관은 기성세대보다 강경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을 만났을 때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책 ‘공정한 경쟁’에서 “통일의 방법이 체제 우위를 통한 흡수통일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나”라며 “통일 교육도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흡수통일이란 북한 체제를 지우는 것이고 북한과 타협할 일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북 지원도 “북한 정권이 이 쌀이 남한에서 왔다는 것을 밝히고 배분한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지만, 밝히지 않는다면 지원할 수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이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인도적 지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해고는 쉽게 복지는 강화”
이 대표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토론 배틀을 통해 두 대변인과 두 상근 부대변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어쩌면 피선거권도 없는 20대 대학생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우리 당의 메시지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약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을 구체화해나가겠다고 했다.
이는 이 대표가 생각하는 엘리트주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나를 엘리트주의로 비난한다고 해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혼자 국가를 부흥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의 국가 발전에 대한 확신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없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있나”라고 했다. 그는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경제에서도 “성장과 분배 중 여전히 성장이 중요하다”며 “시장을 믿고 국제적 분업에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경영 효율성이 높아져 결국엔 사회에 이득이 될 것”이라며 “해고는 쉽게 하고 사회 안전망은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4050세대가 잡고 있는 ‘정규직’이라는 카르텔을 깨고 2030이 실력으로 진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성 할당제 없애야”… 온라인 언어로 정치
이 대표는 정치권의 금기를 깨면서 성별 갈등 문제를 오히려 선거 이슈로 만들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인터뷰를 통해 “지역 갈등이 망국적 갈등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젠더 이슈도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치유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82년생 김지영 작가처럼 ‘내가 걷기 싫어하는 건 무서운 보행 환경 때문’이라고 해버리면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고 갈등만 양산돼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청년 할당제 폐지까지 공약했다. 해결책은 성별이나 나이가 아니라 실력과 의지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언어도 종래 정치 문법을 파괴한다. 그는 자신을 공격한 나경원 후보를 향해 “그런 것을 ‘억까(억지로 까기)’라고 한다”고 온라인에서 쓰는 축약어를 쓰며 반박했다. 또 취임 연설도 가수 임재범이 부른 ‘너를 위해’의 가사 일부를 따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국민”이라고 했다. 원래 가사는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