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충북 청주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에서 이재명 예비후보가 면접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거 발언·저서 등에서 대한민국 건국(建國)이 ‘친일(親日) 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이라는 인식을 보여왔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를 ‘외세 침략’ 시각으로 바라본 것도 이 같은 역사 인식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지사는 2017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 속에 나는 또 하나의 역사적 경고음으로 동학혁명 당시의 한반도 상황을 떠올리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 땅으로 입성한 일본군은 계속해서 주둔하며 국정에 간섭했고, 기어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뒤 을사늑약과 식민지배로 이어지는 야욕의 프로세스를 진행해 나갔다”며 “물론 지금의 북한과 조선말의 동학군을 단순 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문제는 미국 역시 당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1945년 9월 해방 축하행사서 인사말하는 美 군정장관 역할 아널드 소장 - 미 군정장관 역할을 했던 아치볼드 아널드(왼쪽) 미군 소장이 1945년 9월 26일 한국 해방 축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월드피스자유연합

이 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2017년 1월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 직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찾아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만 참배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지나친 이유에 대해 당시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였다”고 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한들 광주 학살을 자행한 그를 추모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고 했다.

또 현 야권을 ‘친일 독재 매국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 지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 독재, 매국(賣國) 학살 세력이 이 나라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했다.

기념사에서 그는 “해방 이후에도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던 친일 세력의 반발로 우리는 친일 잔재 청산의 기회를 잃고 말았다”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했다는 최근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초대 정부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은 모두 임시정부 요인이나 독립운동가 출신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고, 김병로 대법원장은 항일 민족 단체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 출신이었다. 신익희 국회의장도 임시정부 내무총장을 지냈다. ‘우남 이승만 평전’ 저자인 이택선 박사는 이 지사의 역사 인식에 대해 “198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한 ‘해방전후사의 인식’ 담론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가라는) 역사적 사실관계를 대체해 버린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