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미군 점령군’ 발언과 관련해 3일 “미 군정기 해방 공간에서 발생했던 일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권과 전문가들은 “통진당식 역사 왜곡이자 비겁한 해명”이라며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보는 1980년대 ‘운동권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4일 “미군과 소련군 모두 점령군”이라고 대응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했다. 이후 발언이 논란이 되자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해당 발언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미군정기의 일을 말한 것”이라며 “미군 스스로 포고령에서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지사의 주장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으로 표현한 과거 운동권 세력의 주장을 답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4일 “김원웅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망언을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했다.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이날 “선전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정치 과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공산당 이외의 정당을 불허한 소련군과 공산당까지 합법화한 미군정이 어떻게 같은가”라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이 지사는 4일 페이스북에 “38선 이북에 진주한 소련군과 이남에 진주한 미군 모두 점령군이 맞는다”며 “북한 진주 소련군이 해방군이라고 생각한 일도 없고 그렇게 표현한 바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주한미군에 대해선 “점령군으로 진주했던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철수했다가 6·25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다”며 “같은 미군이라도 시기에 따라 점령군과 주둔군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것은 법학개론만 배워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통진당식 역사 왜곡”이라며 “점령군 주장을 강변하기 위해 이번엔 ‘미군정의 미군과 오늘날 주한미군은 다르다’는 엽기적인 사실 날조를 벌이고 있다. 다르긴 뭐가 다른가? 그사이 미국에 새로운 나라라도 생겼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