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당외 대선 주자 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지난 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찬을 함께한 데 이어, 이달 중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만남도 추진 중이다. 최 전 원장은 이달 초 지방 모처에 내려가 대선 출마 시기와 방법 등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과 윤 전 총장의 만찬은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지난 3일 오후 7시에 시작돼 90분간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이 사적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대외 공식 채널인 권 의원을 만난 것은 처음이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입당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권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선 야권이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현 정치 상황에서 제3지대는 있을 수 없으니, 윤 전 총장이 조속히 입당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당이 너무 늦어서는 곤란하고, 최소한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되는 8월 말까지는 우리와 함께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연대해 정권 교체를 하자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입당에 대해선 이날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회동 후 취재진을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자유민주를 추구하는 세력이 힘을 합쳐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했다. 그는 ‘입당 시점을 당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기존 기조는 유지된다”고 했다. 입당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결정 시기를 조기에 못 박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특정 정당을 넘어서는 ‘빅플레이트(큰 그릇)’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현 상황에서는 정권 교체를 하더라도 압도적 승리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품을 수 있는 ‘큰 그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지난 2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만찬을 하며 모든 야권의 힘을 모을 ‘큰 그릇’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는 본지 통화에서 “3시간 30분 넘게 대화를 나누며 윤 전 총장과 정권 교체를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연대하며 ‘원팀’이 돼야 한다는 데 크게 공감했다”면서 “다만 윤 전 총장은 보다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국민을 만나며 정권 교체의 뜻을 모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조만간 최 전 원장도 만날 계획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르면 오는 12일 전후로 둘이 만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측 간 물밑 접촉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최근 지방 모처로 내려가 정치 참여 방안 등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8일 사퇴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이달 중으로 정치 참여 선언을 한 뒤 일정 기간 당 밖에서 활동하겠지만, 8월에는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최 전 원장을 만나 조기 입당과 당내 대선 경선 참여 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당외 주자의 입당을 유도하기 위해 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선 규칙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외 대선 주자들과 권 의원의 상견례가 끝나면, 곧이어 이들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만남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등 특정 후보를 위해 당 경선 일정을 늦출 수는 없다며 ‘대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 간의 만남이 성사될 무렵에는 이들 입당 여부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