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 현장에서 편향된 역사 인식이나 정치적 주제를 다룬 시험 문제와 강연 등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시험에서 ‘윤석열 X파일’과 ‘이준석 병역 비리’를 예시로 든 서술형 문제가 출제되는가 하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소련군은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발언이 담긴 영상이 문제가 됐다.

4일 전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전북 군산의 A고등학교 2학년생 70명이 응시한 도덕 기말고사의 서술형 두 문항이 논란이 됐다. 한 문항은 “교과서 86페이지에 근거해서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윤석열 X파일의 장모와 처, 이준석의 병역 비리 등의 쟁점을 염두에 두며'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근거해 70자 이내로 서술하라”고 돼 있다. 그다음 문제도 같은 예시를 들면서 플라톤의 ‘국가’에 근거해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리해 쓰도록 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두 문제 모두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가 출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야권 정치인에 대해 사실 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예시로 낸 뒤, 공직자의 덕목과 연결하는 문제를 낸 것은 학생들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도 즉각 교육 당국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이 정권의 삐뚤어진 교육정책과 좌편향 교육자들이 벌인 이념 편향적 교육으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며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일부 교육자들이 그릇된 이념 교육으로 교육의 시계마저 제멋대로 돌리려는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도 “이런 교사, 이런 학교에 우리 아이들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슬프고 분하다”며 “교육부는 즉각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미쳤어”라고 썼다.

결국 해당 학교는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재시험을 결정했다. 오는 6일 새 서술형 문제 2문항을 푸는 형태로 치러진다. 학교 관계자는 “해당 교사도 사과를 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점검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문을 냈다”고 말했다.

앞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 5월 21일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친일 잔재 청산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한 경기 양주백석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13분 분량의 강연 영상을 보냈다. 그는 영상에서 ‘광복 이후 북한에 진입한 소련은 해방군이고 남한에 들어온 미군은 점령군’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 야권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 회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지목하고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