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외신 인터뷰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억압한 중국 정부를 겨냥해 “민주주의의 적(敵)과 반드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반중(反中) 논란이 일자 “중국 정부의 자치권 억압에 우려를 표명했을 뿐 반중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인권 탄압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 정권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보도된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는 그들(중국 정부)의 잔인성(cruelty)을 봤다”며 “이것이 너무 강한 단어라는 것은 알지만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의 잔인한 충돌과 시위 같은 장면을 묘사할 때는 이런 단어를 써야 한다고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신(新)군부에 빗댄 것이다. ‘한국의 하버드 출신 정치 리더가 중국의 잔인성을 언급하다’란 제목의 이 인터뷰는 지난 9일 진행됐다.

지난 2019년 3월 발생한 홍콩 민주화 시위는 홍콩 시민이 중국 등으로 범죄인을 보낼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며 일으킨 시위로 그해 6월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 시위가 확대됐지만, 홍콩 당국은 군대를 투입하는 등 무력 진압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2019년 8월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찾기도 했다. 그는 당시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은 항상 말에 붙은 파리처럼 중국에 찰싹 붙어가야 된다고 주장해 중국을 비판하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이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민주주의에 관해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중국에 더 기울고 있다. 그리고 한국 국민은 이에 대해 기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인터뷰 보도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면담하는 당일 나온 것도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 면담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 억압을 정면 비판하는 인터뷰를 한 것은 국민의힘이 중국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분명히 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진행된 싱하이밍 대사와의 비공개 면담에서도 홍콩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한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는 ‘반중’ 논란을 의식한 듯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싱하이밍 대사에게 ‘한국의 젊은 세대는 홍콩 문제 등에서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싱 대사는 이 대표의 홍콩 발언에 대해 따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면담에서 “중국은 공산당이 이끌어서 부유한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통일부·여성가족부 폐지에 이어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 등 그간 정치권에서 언급을 꺼려온 문제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030세대 지지를 바탕으로 ‘이준석표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는 “2030세대는 대체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크고 젠더 갈등에 관심이 많아 이 대표의 발언이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은 될 것”이라며 “다만 당대표로서 조율되지 않은 발언은 정치적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