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전 윤석열 검찰총장 측 대변인이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여권 인사의 정치 공작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여야(與野)가 14일 공방을 벌였다.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윤 전 총장 측도 이날 공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세했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이씨는 지난 13일 “여권 인사로부터 Y(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칭)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총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변인 주장에 “없는 말 지어내서 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며 “저에 대한 공격들이 다방면에서 들어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수사를 악용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것(이 전 대변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공작 정치이자, 수사권을 이용한 선거 개입, 사법 거래”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이 전 대변인 개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으나 태도가 바뀐 것이다. 여기에는 윤 전 총장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겨냥한 여권의 공작 의혹이 제기된 만큼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이씨 주장 진위(眞僞)를 두고 치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사안의 본질은 이씨의 금품 수수인데 이를 가리려고 얕은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씨가 여권 사람이라 칭한 사람이 누군지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이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범야권 대선 주자에 대한 공작 의혹이라 규정할 만하다”고 했다. 다만 “야당이 조사단을 꾸리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씨가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회의에서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당일 언론에서 이씨가 골프채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기사가 떴다”며 “경찰은 골프채라 특정하지 않았는데 피의 사실이 공표되지 않고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씨 주장이 정치 공작이다. 요즘이 경찰 사건을 여권 인사가 덮을 수 있는 사회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