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근 정치 활동에 대해 “대선 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지 지금처럼 자신이 ‘감독’과 ‘배우’ 역할을 다 하려고 해선 안 되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 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지금 윤석열 캠프에는 감독 역할을 하는 사람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감독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 후 정치권 인사와 전문가들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며 진중권씨 등 이른바 ‘탈문(脫文) 진보’ 인사들도 만났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조국흑서' 저자들과 만난다고 해서 중도층으로 외연이 확장되는 게 아니다”라며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후 정치 참여를 선언하기까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감독과 배우 역할을 모두 하려다 보니 대선 주자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장래와 관련해 “현재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 지지율은 누가 만들어준 게 아니라 윤 전 총장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국민의힘) 밖에 있어도 지지율이 오르고 세를 결집하면 정당이 그에게 다가오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는 11월 또는 내년 대선 직전인 2월에 가서 해도 상관없다”며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힘 밖에서 경쟁하고 여기서 이긴 사람이 국민의힘 후보와 붙어야 야권 후보 단일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고도의 예술인데 지금 한국 정치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들이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정당 안에는 마땅한 후보가 없는 유례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들 중 코로나로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이들이 고용한 근로자들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