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당내 친(親)윤석열계 의원들이 23일 충돌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 추세가 “위험하다”며 거듭 입당을 촉구하자,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의원이 “압박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꽃가마 태울 생각이 없다”면서 윤석열계 의원들을 향해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주춤하자 야권(野圈) 대선 판도를 국민의힘 중심으로 끌고 가려는 이 대표와, 판을 재편하려는 윤 전 총장 측이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계 일부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윤석열 지지’ 연판장을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의원./조선일보DB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이날 “이 대표가 지지율 30%인 윤 전 총장을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면서 “윤 전 총장이 빠진 (당내 주자들의 지지율 합인) 11%로 무슨 흥행이 된다고 ‘8월 경선 버스 출발’을 반복해 말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권 교체의 깃발이 사라지면 뭘 가지고 대선을 치를 것이냐”라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을 ‘여러 주자 중 1명’ 다루듯 하지 말라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도 “윤 전 총장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 인사가 할 말”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교훈은 당이 흔들리지 않으면 어떤 선거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가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서는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선을 넘었다. 정중동 자세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 밖 주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 꽃가마를 태워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영입은 필요하지만 특혜를 주면서 매달리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이준석(가운데) 대표가 23일 부산을 찾아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보러 이동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이런 가운데 친윤계 일부 의원은 동료 의원을 상대로 ‘윤석열 지지 연판장’에 서명을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상당수 의원이 동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 40~50명 정도가 동참하면 이 대표와, 최근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충돌은 서로 구상하는 야권 대선 후보 선출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돼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오는 11월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후 그와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두고도 이 대표는 ‘국민의힘 체질 변화’를 주된 요인으로 꼽지만, 윤 전 총장 측은 그가 현 정권과 싸우면서 조성된 ‘정권 심판론’이 결정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친윤계 의원들은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들어 최근 이 대표의 윤 전 총장 압박에 저의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가 겉으로는 윤 전 총장 입당을 촉구하지만 국민의힘 내부 주자를 최종 후보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주변에선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윤 전 총장이 입당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거론해온 홍준표 의원은 이날 “한마음으로 당대표를 도와 정권 탈환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주자들은 윤 전 총장 견제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양측 싸움이 격해지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 참여를 선택지에서 지우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