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23일 차기 대선 경쟁과 관련해 “대통령이 얼마나 쉬운 자리기에 몇 달 벼락치기를 해서 출마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 등에서 “무슨 대통령 양성 학원이 있는 것처럼 앞다퉈 대선에 뛰어드는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뉴시스

유 전 의원은 그동안 대선 정책 공약 발표에 주력하면서 경쟁 주자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차기 대통령의 자질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해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여론 흐름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보다는 미래를 선택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지지율은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바뀔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그는 “윤석열·최재형 두 사람은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해 뚜렷한 공약이나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코로나 비상 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부동산 등 경제 정책인데, 나는 20여 년간 정치를 하며 교육·노동·주택 등 국정 분야를 연구한 끝에 대선 공약을 만들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현 정권과 대립하면서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후보 자질이나 미래 비전 경쟁이 본격화하면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 전 의원의 이런 움직임은 윤 전 총장 지지율이 최근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이른바 ‘대세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야권 대안 주자’로서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 이후 한 달 가까이 국민의힘 입당에 거리를 두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입당 문제를 두고 윤 전 총장의 모호한 태도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힘 당원 사이에서 피로감이 조성될 조짐이 있다고 보고 유 전 의원이 본격적으로 윤석열·최재형 견제에 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