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는 23일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연소득 5000만원 이상을 제외한 ‘소득 하위 88%’ 가구에 지급하기로 했다. 애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소득 하위 80% 국민에게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별 지급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해 ‘전(全) 국민 지급’으로 선회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정부·야당과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다 애초 당·정 합의안보다 지급 대상을 8% 확대한 절충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소득 하위 88% 지급 방안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한 민주당과 80% 지급 입장을 고수한 정부 모두 체면을 어느 정도 살렸다고 보고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전 국민 지급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홍 부총리는 100% 지급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맞서 직(職)을 걸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주당은 전 국민 지급에서 한발 물러서 고소득자·자산가를 제외한 소득 하위 88%로 지급 대상을 8% 추가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에 따르면, 연소득 기준으로 1인 가구는 5000만원, 2인 맞벌이 가구는 8600만원, 4인 맞벌이 가구는 1억2436만원 이상을 벌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모든 국민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원안보다 나름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한 국민의힘도 절충안에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법인택시 기사 손실이나 결손가정 등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렸고,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로 지급 대상을 확대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 취약 계층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급 대상을 늘리면서 2차 추경은 정부 원안 33조원에서 1조9000억원이 늘어난 34조9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추가 국채 발행은 없어 문제는 크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는 “별다른 정치적 실익이 없다”거나 “고소득자를 책정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