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대선 경선 완주(完走)와 도지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도지사직(職)을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10월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대선 출마자의 공직 사퇴 시한인 12월 9일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사퇴 시점에 대해 이 지사 측은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내 경쟁자들은 “대선 주자 6명 가운데 유일한 현직 도지사인 이 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휘두르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민주당 대선 경선을 총괄하는 이상민 경선관리위원장까지 “마음은 콩밭(대선)에 가 있지 않느냐. 직책을 놓고 뛰는 것이 적절하다”고 나서면서 ‘지사 찬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당내에서 지사직 사퇴 압박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도지사직은 도민 1380만명이 저한테 맡긴 책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만약 ‘경선을 위한 사퇴냐, 도지사직 유지냐’를 두고 선택하라면 경선을 포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 측은 “경선 포기가 아니라 도지사직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현직 도지사로서 대선 경선을 치르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SNS(소셜미디어)나 문자 메시지로 지지를 요청할 수 없고, 전국 순회도 못 해서 (지역에서) 원망을 사고 있다”고 했다. 주말에 휴가까지 붙여서 3박 4일간 1200㎞ 전국 순회 일정에 나서는 등 선거운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다른 주자들은 ‘지사 찬스’를 언급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지사 신분으로 코로나 단속 현장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노출시키는 방법 등으로 이미지 홍보 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최근에는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으로도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경남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은 “유일한 현직 도지사가 집행권을 무기로 돈을 풀겠다는 게 ‘공정 경선’에 해당할 수 있느냐”고 했다. 이낙연 캠프 수석 대변인인 오영훈 의원도 “경기도민 혈세가 (이 지사) 선거운동을 위한 주유비로, 차량 유지비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지사 측은 “차량 비용과 관련한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며 오 의원을 당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공방이 격해지자 이상민 경선관리위원장이 라디오에 나와 “불공정 문제가 아니라 적절성 면에서 (지사직에서) 사퇴했으면 좋겠다”며 “본인을 위해서도 홀가분하게 경선에 뛰어드는 게 더 좋고, 경기 도민 입장에서도 좋다”고 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은 ‘지사직을 사수할 것’이라는 이 지사 발언과 관련해 “차라리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시라, 경기도민을 위해 도정에만 집중하시길 권유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야권에서도 “도민 기만 행위(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도민이 위임한 권한을 정략적으로 사용하는 것(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공무원(선출직 공무원 포함)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원칙적으로 12월 9일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당 안팎에선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주자가 선출되는 오는 10월 10일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심각한 만큼 사퇴 시점은 현재로선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대선 주자가 선출되기 이전까지는 도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겠다는 이 지사 의지가 확고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