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부터 나흘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윤 전 총장은 휴가 때 정책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최재형표 공약’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을 향해, 반문(反文)을 앞세운 정권 교체 메시지는 선명하지만 자기만의 ‘킬러 콘텐츠’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휴가 때 자문 교수 등 전문가들이 마련한 정책 공약을 집중 검토한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캠프 인사는 “이르면 다음 주쯤 ‘1호 공약’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급과 금융(대출), 세제(稅制)를 하나로 묶은 부동산 공약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지금까지는 왜 정치를 하려는지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정책 비전을 선보여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안에선 윤 전 총장을 향해 “반문’ 메시지만 있고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초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전문가들과 정책 공부를 해왔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정책 이슈에 대해 내놓은 발언을 보면 문재인 정권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 전 원장도 ‘정책 부재’ 논란에 휘말렸다. 최 전 원장은 전날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외교·경제 관련 일부 질문에 “정책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거나 “더 공부하겠다”고 답했다. 최 전 원장 측 인사는 “다른 후보와 비교해 정치 입문 시기가 늦다 보니 공약 준비에 시간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문제는 구체성, 특히 다른 주자와 차별화할 콘텐츠가 있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 경쟁 주자들은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두 사람을 향해 “공정, 헌법 정신 등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고 했다. “국정은 벼락치기 공부로 안 된다”(홍준표 의원), “정책 비전 준비가 안돼 있다”(윤희숙 의원)는 말도 나왔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도 정책 공약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미 각계 전문가들과 공약 초안을 어느 정도 준비해뒀다”며 “경선 일정에 맞춰 공약을 차례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원장 측도 캠프에 정책 분야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한편, 이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했던 윤 전 총장 발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진 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발언한 것이다. 여당 대선 주자들이 “상식 이하의 망발”이라고 비판하자 윤 전 총장 측은 “지진·해일이 없었다면 방사능 유출도 없었다는 뜻인데, 축약되면서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