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앞서 4·7 재·보선 직후 합당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양측이지만 최근 실무 협상에서 대선 후보 선출 방식, 당명(黨名) 변경 여부 등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됐고, 결국 합당이 무산된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최종적인 결과에 이르지 못했다. 통합을 기대하신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목적은 중도와 보수가 연합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통합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확산해 가기보다는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고 했다.
안 대표는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지지층 확대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자신이 내세우는 중도 지지층 확대 등 정치 비전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안 대표는 “미래를 향한 가파른 비탈길에 섰습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용기를 내어 걷겠다”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겠다”고 했다.
합당이 최종 결렬되면서 안 대표의 독자 대선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현 국민의당 당헌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당 당헌대로라면 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자는 대선 1년 전까지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하기 때문에 안 대표가 출마할 수 없다. 안 대표가 독자 대선 출마에 나설 경우 야권 분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안 대표가 직접 협상에 나서라”며 자신의 휴가 시작일인 9일 전까지로 협상 시한을 제시했고, 국민의당 측은 이 대표에 대해 “분수 모르고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양 측은 합당을 두고 기나긴 감정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계획에 있어서는 향후 따로 말씀드릴 시간을 갖겠다. 우선은 지금까지 혼란스러웠던 당을 먼저 추스리고 당원 지지자 분들과 논의해서 길을 찾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사전 교감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따로 말씀을 드린 적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합당을 제안했던 서울시장 선거 때의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여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며 “다만 정권교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앞으로의 행보에는 함께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