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대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장련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는 23일 “조세 부담률을 올리는 것이 경제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성장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길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세를 도입해 저탄소 산업으로의 전환을 신속하게 하고, 토지세를 통해 심각한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는 친노동이지만 반(反)기업은 아니다”라며 “규제도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되지 않은 이상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 지사는 북한 핵 해법과 관련해 “트럼프식의 ‘빅딜’은 그럴 듯하고 화끈하긴 한데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단계적 동시 이행 방식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북이 합의를 어길 경우 다시 제재를 가하는 ‘스냅백’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에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한 미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는 점령군 성격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양국 간 조약에 따라 주둔하고 있다”며 “한반도 안정과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했다. 미·중 사이에서의 관계 정립에 대해서는 “균형 외교를 추진하되, 한미 동맹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는 23일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질문에 머뭇거림 없이 답했다. 답변 참고 자료도 보지 않았고, 따로 필기도 하지 않았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외교·안보정책을 발표했는데 문재인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이어오는 기본 원칙이 있기 때문에 거기서 크게 벗어나기 쉽지 않다. 또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북한이 한·미 연합 훈련 중지에 이어 주한 미군 철수까지 요구했다.

“주한 미군 철수 문제는 ‘통일된 후에도 주한 미군 주둔을 용인한다’는 게 북한 최고 책임자의 입장이었다. 그게 그들의 본심에 부합할 거라고 본다. 최근에 철수 얘기를 한 것은 발언 단위(김여정 부부장)가 다르지 않으냐. 지금 한미 훈련은 도상 훈련이기 때문에 북이 그렇게 심하게 반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훈련을 단기간 내에 폐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군 점령군 발언’이 논란이 됐다. 철회할 생각 없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엔 미군도, 소련군도 스스로 점령군이라고 표현했고 실제로 그런 성격이 있다. 하지만 정부 수립 후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한 건 정식으로 수립된 정부 간 조약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점령군 표현은 적절치 않다. 주한 미군은 앞으로도 한반도 안정과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강력한 국방력에 기초해서, 우리가 선택을 당하지 말고 선택할 수 있는 외교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가능하면 국익 중심으로 균형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

-미 국무부는 늘 ‘한국은 이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동맹의 틀을 벗어나는 선택도 가능한가?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 비핵화는 역대 정권이 모두 실패했다.

“(내가 제안한)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단계적 동시 행동 방식은 지금까지는 실천적 전략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빅딜을 추구했다. 그럴 듯하고 화끈한데 실현 가능성은 매우 작다.”

-백선엽 장군 묘는 이장해야 하나.

“내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 일의적으로 단정 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승만 정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매우 높이 평가하는 것도 있다. 농지 개혁이다. 혁명적이고,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그것 때문에 대한민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 발전하는 토대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경제적 성과는 인정한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보수 야당을 친일파의 후예라고 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재벌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기업의 자율성 보장도 강조했다. 정확히 대기업 정책이 뭔가.

“나는 친(親)노동이지만 반(反)기업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활동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에 개입을 최소화해 혁신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두산그룹(사옥)을 성남으로 이전하면서 제가 이런저런 (특혜) 의심을 받았다. 두산에도 도움 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되는데, 딱 한 사람 이재명이 (정치적으로) 손해봤다. 그렇지만 나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규제 완화를 해도 기업 입장에선 세금이 높아지면 의미가 없지 않나.

“(복지가 부족하면) 가계 소득이 위축되고 경제 발전에 장애 요인이 된다. 우리가 성장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길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나는 길게 봐서 조세 부담률을 올리는 게 경제를 위축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다.”

-’기본주택’ 공약의 부지 확보, 재원 마련 등에 비판이 있다.

“나는 언제나 시장주의자다. 적정한 공급과 수요가 만나서 결정되는 가격을 존중한다. (기본주택은) 3억원에 집을 지은 뒤 시세가 7억원이면 이걸 담보로 다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기본 시리즈’로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우려가 있다.

“국가부채가 1000조가 넘는다고 하는데, 경제 규모 대비 50%가 안 되는 수준이다. OECD 평균이 110%를 넘어간다. 또 국가부채는 채권자가 (대부분) 국민이다. 국내 관계에선 (국민에게 쓸 돈을, 국민들로부터 빌리니) 왼쪽 주머니, 오른쪽 주머니와 비슷한 관계다”

-탈원전 정책은 계속 유지할 건가?

“재생에너지로의 개편이 세계적 추세이니 그에 맞춰야 된다. 원전은 새로 짓지는 말고, 있는 걸 폐지하는 것도 무리가 발생하니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 된다. 60년 정도는 더 쓰게 되지 않을까.”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위헌 소지가 많다. 대부분의 언론 및 시민단체가 반대한다.

“경솔한 보도, 단순 오보, 사실에 기초한 악의적 의견도 제재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가짜 뉴스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일부 친문 강성 지지층은 한명숙·김경수 대법원 확정 판결도 부정하고, 당내 인사에게는 문자 폭탄을 보낸다. 이런 행태를 어떻게 보나

“사실 그들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크게 걱정 안 하고, 경선에도 별 영향을 못 준다고 생각한다. 요란하고 시끄럽고 지저분한데, 거기 휘둘리지 않을 만큼 국민 의식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허위 사실 유포와 폭력적 행동은 자제하면 좋겠다.”

-중도층 설득 방안은?

“대선은 5% 이내 박빙 경쟁으로 본다. 나는 사상가나 운동가가 아니다. 편 따지지 않고 내 삶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고 하면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이천 화재 당시 황교익씨와 유튜브 방송 촬영을 했다.

“답하지 않겠다. 이미 미안하다고 했다.”

-욕설 논란 이후 형수를 직접 만나 사과한 적 있나.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회복 불가능한 관계가 됐다.”

-여배우 김부선씨 논란은?

“다 말씀 드렸다. 국민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