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징계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날 7시간의 논의를 거쳐 12명 가운데 1명을 제명하기로 하고 5명에 대해서는 탈당을 요구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4일 7시간 넘는 최고위원 회의를 거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 중 1명을 제명하고 5명에 대해서는 탈당을 요구하기로 했다. 나머지 6명은 소명이 됐다고 판단해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제명·탈당 요구를 받은 의원 6명이 당을 나가면 국민의힘 의석(현재 104석)은 98석이 된다. 이 대표는 탈당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 넘겨 강제로 당에서 내보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익위 조사에서 부친의 농지 매입 관련 의혹이 제기된 윤희숙 의원은 국민의힘 최고위가 소명이 됐다고 판단했지만 대선 경선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최고위원 회의를 소집해 권익위가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통보한 의원 12명을 화상으로 연결해 해명을 들었다. 이 대표는 오후 3시쯤 회의를 마치고 의원들에 대한 조치 내용을 발표했다. 한무경(비례대표) 의원은 제명,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5명에게는 탈당을 요구하기로 했다. 김승수·박대수·배준영·안병길·윤희숙·송석준 의원 등 6명은 소명이 충분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이 대표는 밝혔다.

의혹-소명-조치 표 정리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한 한무경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권익위 조사 자료를 보면 한 의원은 2004~2006년 강원도 평창에 약 11만㎡(총 32필지) 농지를 매입했다. 그런데 땅을 산 뒤로 경작을 거의 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은 “은퇴 후 전원생활을 위해 보유했다”고 했다. 한 의원 제명안은 다음 의원총회에 상정돼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제명되더라도 의원직은 유지한다.

탈당 요구를 받은 강기윤 의원은 권익위 조사에서 토지보상법 위반 의혹을 받았다. 강 의원은 소유한 과수원 토지 7036㎡가 경남 창원시 공원 구역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창원시청 공무원을 직접 면담하고, 과도한 보상금을 받은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탈당 권고를 받은 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은 권익위 조사 결과 공개를 거부했다. 이들은 편법 증여, 농지법 위반, 공공주택특별법 위반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들이 탈당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출당(黜黨)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가 ‘탈당 권유’를 의결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10일 뒤 자동 제명된다. 이 대표는 ‘최고위의 탈당 요구 후 10일이 지나도 탈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윤리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송석준·안병길·윤희숙 의원 등 3명은 문제가 된 부동산이 본인 소유가 아니고, 매입 과정에도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토지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혔다면서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했던 윤희숙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이 권익위 통보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측근들에게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까지 고민해 그 의사를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아버지가 2016년 세종시에 농지를 샀으나 실제 경작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의원 소명을 들어보고 그가 땅을 사는 데 관여하지 않았고 투기 목적도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권익위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판단한 국민의힘 의원 12명 가운데 송석준·안병길·이철규·정찬민·한무경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캠프에서 활동 중이다. 송 의원은 기획본부장 겸 부동산정책본부장, 안 의원은 홍보본부장, 이 의원은 조직본부장, 정 의원은 국민소통위원장, 한 의원은 산업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한·정 의원은 캠프 관련 직책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이를 수용했다”며 “이철규 의원은 당에 추가 해명 기회를 요청했기에 지켜보고 판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