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조폭으로 엇갈린 길을 걷게 된 두 친구의 우정과 한 여인을 향한 사랑, 그리고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묘사한 드라마 ‘모래시계’에 프로듀서(PD) 겸 조연출로 제작에 참여했던 박창식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TV 토론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26일 본지 통화에서 “박 전 의원이 최근 캠프 미디어본부장으로 합류했다”면서 “윤 전 총장에게 이런 점을 참고하라고 조언하는 등 대선 TV토론 등 각종 사안에 종합적으로 조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고(故) 김종학 PD가 연출한 ‘모래 시계’는 1995년 방영 당시 ‘귀가 시계’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같은 대사도 유행했다.
박 전 의원은 이후에도 ‘하얀거탑’, ‘이산’, ‘베토벤 바이러스’, ‘풀하우스’ 등 2000년대를 풍미한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다. 김종학프로덕션 대표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19대 국회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해 여러 차례 큰 선거를 겪으며 미디어 전략에 잔뼈가 굵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홍보 기획을 맡아 후보에게 토론이나 인터뷰에 대한 자문을 했다. 최근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때 나경원 전 의원을 돕기도 했다.
‘모래 시계’에서 배우 박상원이 연기한 주인공 강우석 검사는 홍준표 의원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과 당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맞붙을 홍 의원을 모델로 한 드라마 제작자가 윤 전 총장의 토론회 코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박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홍 의원이 검사 시절 경험담을 들려줘 드라마 제작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토론 전략 목표는 ‘안정감 주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신인 이미지를 굳이 감추거나 과하게 포장하기 보다는 원석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말실수는 최소화하려고 준비한다고 한다. 박 전 의원도 윤 전 총장에게 “억지로 포장하려는 대신 자연스럽게 하자”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5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 ‘비전 발표회’에서도 보인 고개 ‘도리도리’ 버릇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식 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이번에 캠프에 들어가 만나보니 과일로 치면 겉과 속 색깔이 똑 같은 ‘토마토’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본 틀을 괜히 잘못 바꾸면 부자연스러워지고 오히려 캐릭터가 망가질 수 있으니 본 모습을 잘 가꾸는 쪽으로 나가자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