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2일 제기됐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사실무근으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은 “윤석열 검찰의 정치공작 범죄”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당시 법무부 차관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검 감찰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보도를 인용해 “검찰이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측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를 고발하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보도 등으로 윤 전 총장과 아내 김건희씨,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를 보게 된 과정에 여권 인사들이 개입한 의혹이 있으니 이에 대해 고발을 해달라고 검찰이 야당에 주문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이를 위한 고발장을 작성해 고발인란만 비워두고 당시 총선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윤 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저희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재직 중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을 사주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웅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당시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면서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했다. 손 검사와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 대리였던 정점식 의원도 관련 의혹에 대해 본지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진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공작”이라며 “윤 전 총장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 총선 앞두고 다 계획이 있었다” “명백한 범죄행위다”라고 썼다. 이 의혹에 이름이 등장하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김의겸 등 그의 동료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검찰이 야당과 획책하려던 공작 수사의 마각이 드러났다”며 “윤석열씨는 주제넘은 대선 행보를 즉각 중단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국회 법사위를 소집, 원내 차원에서 전면 대응하는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여당 대선 주자들도 윤 전 총장을 비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사실이면 노골적 정치 개입, 보복 수사 기획, 검찰 쿠데타 시도”라며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보도를 막기 위해,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의미로, 한마디로 공권력인 검찰의 칼을 총장 개인을 위해 쓴 것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설픈 꼬리 자르기, 물타기 하지 말고 윤 전 총장은 직접 소명하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국가 사정기관을 시정잡배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검찰권 사유화 의혹 사건”이라며 “공수처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사실이라면 국가 기반을 뒤흔드는 중대 범죄”라며 “먼저 윤 전 총장은 국민 앞에 언론 보도 의혹에 대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법무장관 재직 시절 ‘추·윤 갈등’으로 윤 전 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은 더 이상의 망동으로 국민에게 치욕과 수치를 강요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죄상에 합당한 처벌을 기다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