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매체가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使嗾)’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3일 ‘희대의 국기 문란이자 정치 공작’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에선 윤 전 총장을 “깡패보다 못한 검사”라고 부르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내가 고발을 사주했다는 증거를 대라”며 “나의 무관함이 밝혀지면 내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들은 물러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전체의 명예가 걸린 사안으로 가능한 한 신속히 조사되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착수한 대검 감찰 조사와 별도로 법무부 차원의 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의혹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 “윤 전 총장이 지난해 4·15 총선 직전인 4월 3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를 통해 여권 인사들을 고발하도록 야당에 사주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 매체는 손 검사가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고발장과 관련 판결문 사진도 공개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검·언 유착 의혹, 그리고 아내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린 윤 전 총장이 국면을 타개하려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주문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손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혹이 사실이면 윤 전 총장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기 문란, 정치 공작 ‘윤석열 게이트’가 발생했다”며 “윤 전 총장은 해명이 안 되면 검찰에 불려가서 피의자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윤 전 총장이 ‘검찰 하나회’ ‘신검부’의 수장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가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은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라고 했는데, 정작 자신은 깡패만도 못한 검사”라고 했다.
민주당은 손준성 검사가 윤 전 총장과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 개입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송 대표는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윤 전 총장의 ‘재판부 판사 성향 분석’에도 직접 개입한 ‘윤석열 대리인’”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윤석열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사실이라면 윤석열 검찰의 중대한 헌법 파괴, 국기 문란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 당 대선 후보들, 민주 개혁 진영의 공동 대응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은 이미 대선 후보의 자격을 상실했다”며 “예비후보직을 내려놓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소명하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부 대선 주자도 진상 규명 요구에 가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윤 전 총장이 고발 지시를 하거나 이를 묵인했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자 정권 교체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총장 시절에 알고 있었는지, 지시했는지에 대해 윤 전 총장이 명쾌하게 밝히면 될 문제”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 측은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무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당무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사주했으면 고발이 왜 안 됐겠느냐”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야권 지지율 1위 주자인 자신을 겨냥한 역공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기독교회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고발을 시켰다는 증거가) 있으면 대라는 것”이라며 “어이없는 일이고, 상식에 비추어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채널A 사건도 검·언 유착이라고 해서 총선 앞두고 여권이 매체들을 동원했는데 결국 권·언(정권·언론) 정치 공작으로 드러나지 않았나”라며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거 한두 번 겪은 거 아니잖나”라고 했다. 그는 “공작을 수사하고 국회 현안질의, 국정조사라도 먼저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의 무관함이 밝혀지면 제 책임을 운운한 정치인들은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