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5일 첫 순회 경선지인 충청에서 과반인 54.72%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충청권 경선에서는 강성 친문 성향을 보였던 권리당원들이 그간 친문 진영과 악연이 있던 이 지사의 득표율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안팎에선 “이 지사가 대세론을 기반으로 친문 지지층 표까지 흡수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는 이틀간 진행된 충청 지역 대의원 현장 투표, 권리당원 온라인·ARS 투표 등에서 28.19%에 그친 이낙연 전 대표를 두 배에 가까운 격차로 이겼다.
민주당 충청 지역 선거인단은 7만6623명으로, 이 가운데 3만8463명(투표율 50.2%)이 경선에 참여했다. 이 지사, 이 전 대표에 이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 7.05%, 추미애 전 법무장관 6.81%, 박용진 의원 2.37%, 김두관 의원이 0.8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중 권리당원 투표만 보면 이재명 지사는 2만513표로 55.12%, 이낙연 전 대표는 1만384표로 27.9%를 얻었다.
정치권은 당심(黨心)을 반영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지사가 압승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경선을 앞두고 친문 지지층 내부에서 이른바 반명(反明) 정서가 존재한다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도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은 데 대해 “그때는 철이 없었다”고 사과한 바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반명 정서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친문 지지층이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을 인정한 셈”이라고 했다.
이 지사의 충청권 득표율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었던 47.8%보다도 높다. 당내에선 “당시 충청권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안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경선에서 이 지사 기세가 문재인 후보에 못지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추세라면 문 대통령처럼 이 지사도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도 압승 요인을 본선 경쟁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당원과 대의원께서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과 실천력을 선택하셨다고 본다”고 했다. 이 지사도 정견 발표에서 “전 지역에서, 전 연령대에서, 진보·중도·보수 모든 진영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저 이재명이 유일한 필승카드”라고 했다.
친문 핵심의 지지를 기대했던 이 전 대표는 권리당원에서 열세였다. 조직력이 영향을 미치는 대의원 투표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격차가 6.3%포인트였지만, 권리당원에서는 27.2%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차츰 격차를 좁혀나간 뒤 최대 승부처인 호남에서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충청 지역 개표가 끝나자 이 전 대표는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향후 메시지, 정책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매직넘버’는 55만표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20만명으로 예상되는 선거인단을 투표율 50% 기준으로 추산한 수치다. 현재까지 선두인 이 지사가 확보한 득표 수는 2만1047표로 매직넘버인 55만표 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다.
이 지사 측은 오는 11일 대구·경북 경선에서 더 큰 격차로 승부를 조기(早期)에 결정짓겠다며 자신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대전에 이어 대구에서까지 압도적 결과가 나온다면 호남 선거인단이 ‘전략적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경선은 충청권에 이어 대구·경북(11일), 강원(12일), 호남(25~26일) 순서로 열린다. 내달부터는 제주(1일), 부산·울산·경남(2일), 인천(3일), 경기(9일), 서울(10일) 경선이 차례로 예정되어 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1·2위 양자(兩者) 결선투표가 따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