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직일 때 검찰 간부를 통해 야당에 여권 인사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제보한 것이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대검은 윤석열 전 총장 기자회견 당일인 지난 8일 제보자에 대해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고 했지만, 공익신고자 판정 및 보호의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대검이 월권을 했다는 내용으로 입장문을 냈다. 이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9일 “공익신고자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요건과 관련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뉴스버스 보도에 나온 걸로 보면 (윤 전 총장의) 혐의는 권한 남용으로 보이는데 권한 남용의 경우엔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공익신고’는 현재 471개 법률로 한정돼 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익신고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 위원장은 잠시 후 “언론에 보도된 대로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실명 판결문을 유출한 것이 맞으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공익신고 범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471개 법률에 포함되는 혐의를 적용하면 공익신고자가 되고 아니면 공익신고자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입법 취지를 고려해봤을 때 선거 국면에서 폭로성 제보는 ‘공익신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선거 국면에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또는 의혹 제기를 공익적 목적의 신고라고 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 제보자를 공익신고로 인정한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묻지 마 폭로’가 남발될 수 있고, 이는 선거 질서 자체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용 폭로 행위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면 김대업씨도 공익신고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김대업씨는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병역 문제와 관련해 “병적기록표가 위·변조됐다” “병역 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선 정국이 이른바 ‘병풍(兵風)’으로 요동쳤지만, 대선 두 달 전 드러난 검찰 수사 결과 김씨 주장은 대부분 사실무근이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뒤에 숨어서 의혹만 툭툭 던지면 진실은 흐릿해지고 괴담만 확대재생산 된다”며 “김대업도 자기 실명을 걸고 당당하게 의혹 제기를 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