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지난 7월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때 배우자 이모씨 소유의 세종시 토지를 상속받은 땅으로 신고했지만,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매매’로 기재된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야당은 “재산 신고 때 매매로 기재할 경우 투기 의혹이 일까 봐 상속으로 기재한 것인지 규명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기 기획관 측은 “세종시 땅을 매입한 시부모가 사망하면서 관련 절차에 따라 상속받은 것이 맞는다”라고 했다.
기 기획관 배우자 이씨의 세종시 땅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씨는 지난 2016년 1월 4일 세종시 도담동에 있는 대지 349㎡(약 105.5평)를 1억9139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지난 7월 공개된 기 기획관 공직자 재산 신고에는 이 토지에 대해 ‘상속(나대지 상태)’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땅 시세는 현재 3.3㎡(1평)당 1000만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실거래를 보면 지난 5월 이씨 땅 인근 330㎡(약 99.8평)가 10억원에 팔렸다. 이씨가 매입한 금액과 비교해 시세 차익만 8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세종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도담동은 세종시 공무원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으로 매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2013년 부친이 새로 조성되는 택지를 매입했는데 등기 이전이 되기 전인 2014년에 돌아가셨다”며 “소유자 사망에 따라 법무사에게 문의해 절차를 거쳐 나에게 등기 이전된 것”이라고 했다.
기 기획관 남편 이씨는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한 지난 2019년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하면서 세종시 도담동 대지를 포함했다. 그런데 당시 이씨는 이 토지 취득 경위에 대해 ‘매매’ 혹은 ‘상속’ 여부를 명확히 적지 않았다. 이 재산 신고 때 모친 부동산 건에 대해선 ‘동(同) 부동산은 모친이 상속받은 자산’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과 대비된다.
등기부등본에 ‘매매’로 기록된 세종시 땅이 기 기획관 재산 등록 때는 ‘상속’으로 신고한 데 대해 “상속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씨 아버지가 계약까지 끝내고 등기 이전을 앞두고 사망해 당시 변호사와 상속받는 것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땅은 토지개발 사업 시행에 따라 부친 사망 이후 등기 때까지 시간이 걸린 바람에 상속임에도 여러 법적 절차에 따라 등기부에 매매로 기재된 것이란 얘기다. 이씨 부친이 사망 전에 토지 매입 대금을 모두 치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부동산 등기에 밝은 법무사들은 이씨 해명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좀 더 상세한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한 법무사는 통화에서 “아버지가 등기하기 전에 사망했더라도 등기부에는 ‘상속’으로 기재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해당 토지가 토지개발사업 시행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아버지 생전에 등기 이전이 지연된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만약 상속을 받은 것이 맞는다면 이씨가 상속 재산으로 신고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본지가 상속 재산으로 신고했는지를 묻자 이씨는 문자로 “2018년 원장(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공모하고 인사 검증 시에 해당 내용을 비고란에 적었던 것으로 기억함. 그런데 2019년은 행정 직원에게 맡겨서 진행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때 허위 신고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이종인 전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장은 지난달 공개된 5월 고위공직자 수시 재산 등록에서 총 재산으로 252억501만원을 신고했다. 그런데 현재 거주 중인 10억원 상당의 서울 구기동 연립주택과 건물 등 160억원 규모의 부동산 신고를 빠뜨려 논란이 일자 지난 2일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기 기획관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