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했던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주역(周易) 64괘에서 이름을 따온 10여개의 관련사를 거느린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종전의 천화동인 1~7호 외에도 지산겸·휘겸이라는 관련사가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4000여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의 흐름을 분산하기 위한 용도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인 등기부 등본을 보면 주식회사 지산겸·휘겸의 주소는 경기 성남시 서판교로에 자리 잡고 있다. 화천대유, 또 다른 관련사인 천화동인 1~7호와 사무실 호실까지 일치한다. 지산겸·휘겸 사내이사로 등재된 이모(57)씨는 화천대유, 천화동인 1호에도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업계에선 통상 시행업체가 다양한 업종(業種) 등록 목적으로 5~6개의 관련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천대유가 통상적 규모보다 많은 관련사 10여 개를 설립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현직 언론인 김모씨와 그가 모집한 투자자 6명이 4000여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화천대유는 이 외에도 화학물질·화학제품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또 다른 회사들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직 언론인 중심으로 모인 7명이 배당금을 싹쓸이했다는 점에서, 수많은 관련사들은 자금 흐름을 복잡하게 꼬아 놓기 위한 장치로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본지는 반론을 듣기 위해 화천대유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화천대유와 관련사 대다수는 주역 64괘에서 사명(社名)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30일 설립된 지산겸은 명리학에서 ‘낮은 것보다 더욱 낮추라는 이름’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휘겸 또한 ‘더 불리한 것이 없다’는 의미다. 지산겸·휘겸은 부동산 개발·공금·매매·임대업 등의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들의 모(母)회사 격인 화천대유(火天大有)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 또 다른 자회사인 천화동인(天火同人) 역시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운’이라고 역술인들은 해석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화천대유 실소유주인 김씨가 동양철학과 출신이라 ‘주역 사명’이 탄생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