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조선일보DB

권순일 전 대법관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민간 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권 전 대법관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등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인물이다. 이 지사의 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았던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도 화천대유 자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개발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한 2015년 본격 추진된 프로젝트로 화천대유는 그해 7월 사업 시행사 ‘성남의뜰’에 자산관리사로 참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권 전 대법관이 무죄 판결을 대가로 화천대유에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면 ‘재판 거래’가 될 수 있다”며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인 작년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대법관으로 있던 작년 7월 이 지사의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냈다. 당시 대법관들이 5대5로 나뉜 상황에서, 권 전 대법관이 자신의 차례에 무죄 의견을 내면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무죄 의견을 내면서 이 지사는 지사직 상실을 면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재판 결과가 나온 지 4개월 여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권 전 대법관은 통화에서 “친분이 있던 법조 기자(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모씨에게 부탁을 받고 퇴직 후 고문을 맡았다”며 “(이 회사가 관여한 사업이) 이 지사와 관련 있다는 건 몰랐다”고 했다. 경제지 간부 재직 때 화천대유를 설립한 김씨는 법조 기자를 오래했다.

이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 사건에서 변호를 했던 강찬우 전 지검장은 작년까지 화천대유 자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강 전 지검장은 지난 2018년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다. 강 전 지검장은 “1~2년 정도 자문을 받다가 작년 말쯤 그만뒀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권 전 대법관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