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박지원 국정원장의 협박성 발언에 항의하고 박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박 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조성은씨와 8월 11일 말고도 8월 말쯤 한 번 더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일 인터넷 매체의 첫 보도 직전에 추가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김지호기자 연합뉴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하태경·조태용·신원식 의원은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했다. 박 원장은 외부 일정을 이유로 이들과 만나지 않았고 박선원 기조실장이 대신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국정원장이 야당 정치인을 겁박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의 정치 개입과 같다”며 박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선 박 원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조태용 의원은 본지에 “국정원장의 정치 개입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박지원 원장은 전날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검찰 수사 중 하나인 ‘윤우진 전 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그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술도 많이 마셨다”면서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 밟느냐”고 했다. 박 원장은 의원 시절인 2019년 7월 윤 전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윤우진 전 서장과 관련한 윤 전 총장 의혹을 전부 살펴봤으나 문제될 만한 게 없다고 했었다. 그랬던 박 원장이 윤 전 총장과의 술자리를 언급하며 다른 말을 하자 윤 전 총장은 “박 원장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며 “나에 대해 아는데 말 못 하는 게 있으면 다 밝히라”고 공개 반박했다. 이에 박 원장은 언론에 “(윤 전 총장) 기억이 가물가물한 거 같다. 난 다 적어 놓는다”고 재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박 원장과 조성은씨의 만남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조씨를 겨냥해 “제2의 윤지오가 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증폭될 뿐”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심 박 원장이 야당 주자와 공방을 벌이고 조성은씨와의 만남이 부각되는 상황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박 원장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논란을 더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장의 등장으로 전선이 교란됐다. 공격 포인트를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