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 “화천대유의 실질적 주인이 누구인지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원 글은 게시된 지 하루 만인 이날까지 1만7000여 명이 서명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던 상황이었다.
청와대가 비공개 처리한 국민청원은 지난 14일 “대장지구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반환하고 사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판교대장지구 입주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대장동에 수천억의 돈(개발이익)이 투자자나 민간기업으로 흘러간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강남까지 광역버스로 1시간 돌아서가는 열악한 교통 인프라, 송전탑으로 둘러싸인 주거 환경, 개발 계획 실패로 인한 학급 과밀화 문제를 소상히 알렸다.
청원인은 “도대체 어디에 수익금이 쓰였기에 주민들이 험난한 교통 상황에 내몰려야 하며, (개발) 계획 실패로 인해 과밀 학급 문제에 신경 써야 하고, 송전탑이 둘러싸여 있는 곳에 살아야 하느냐란 자괴감에 빠진다”며 “모든 문제의 근간인 엄청난 수익금이 정작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현실이 막막하다”고 했다. 청원인은 “화천대유의 실질적 주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조사 요청 사항을 7개 항목으로 따로 정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한 달 만에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 직접 답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장동 입주민의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사전동의 요건(100명 이상)의 170배에 달하는 동의를 얻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청원 요건에 위배되어 관리자에 의해 비공개됐다”며 청원 글을 볼 수 없도록 가렸다. 비공개 처리한 이유로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기간 국민청원 운영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천대유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대장동 입주민의 국민청원을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게시물로 판단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시글의 예시로 “OOO 후보의 사퇴를 청원합니다” “OOO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합니다” “OO당 OO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OO당의 OO공약을 반대합니다”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2500여 자에 달하는 대장동 입주민 청원 글에는 특정 대선주자나 정당명(名)은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지분 1% 민간업체가 전권을 휘두르는 방식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면서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원해야 한다던 이 지사의 철학과 대장동 개발이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