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16일 TV 토론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두고 “과잉 수사”라고 말한 것이 야당 대선 경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 경쟁 주자들은 일제히 홍 의원을 겨냥해 “민주당에 표를 구걸하고 있다” “조국 수홍(조국 수호+홍준표)” 등의 공세를 펼쳤다.
홍 의원은 당시 TV 토론회에서 “조국이 ‘내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들어갈 테니 내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 그렇게 윤석열한테 이야기하고 자기가 들어갔으면 가족 전체가 들어갈 필요가 없었던 사건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한 가족 전체를 구속하면 가계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서 법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연좌제도 안 되지만 1가구 1범죄 이렇게 딱 해서, 그 이상은 수사·구속도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홍 의원 논리는 적어도 조국 사건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언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17일 라디오에서 “홍 의원 답변을 듣고 정말 심장이 부들부들 떨렸다”며 “홍 의원은 당내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서라면 적과도 손을 잡을 사람이다. 공정의 가치를 버리고 불공정을 용인했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 박기녕 대변인도 “누가 봐도 역선택을 받기 위한 민주당 표 구걸에 불과하다”며 “‘조국수홍’은 대체 ‘뭐야홍’”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최근 내세우는 별명인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을 패러디해 비꼰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홍 의원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며 “그래서 조국의 가족 수사는 과잉 수사였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 수사는 문재인 정권 안정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윤석열 후보가 자기 지인에게 고백했고, 그것이 책으로 출간된 것도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며 “여권 내 권력 투쟁의 산물인 그런 사건을 두고 우리 측이 흥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오래된 생각”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편 야당 대선 주자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당심(黨心) 잡기 경쟁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이날 서울 강남구 세곡동 남명 학사를 찾았다. 홍 의원이 경남도지사 시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지은 이른바 ‘반값 기숙사’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원 여러분들은 자존심도 없습니까”라며 “아무런 흠 없는 적장자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대선 역사상 가장 흠 많은 사람에게 기웃거리십니까”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다르게 자신이 국민의힘 ‘적자(嫡子)’라는 것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윤 전 총장 측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들은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가둬 놓고 이곳을 찾을 수 있느냐”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대통령 윤석열”을 연호하며 이들에게 맞섰다.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그림자도 있지만 우리 역사에 우뚝 솟은 위인임에 틀림없다”며 “박 대통령이 가난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우리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재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취임 100일을 축하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선 중도층·수도권·청년층 표심이 결정적이다. 내가 최종 후보가 되면 이 대표와 궁합이 가장 잘 맞지 않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