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점진적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 가입 등 포괄적 한미동맹 실천을 골자로 한 외교안보 부문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엔 군 장병의 의식주 개선 방안 및 군 복무 경력 인정 법제화 추진, 민간주택 청약 가점 부여 등 MZ세대 ‘이대남’ 표심을 공략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력하게 재건해 나가겠다”며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비전과 이익을 공유하고 아태지역 평화와 뉴프런티어 분야(보건ㆍ기후변화ㆍ신기술ㆍ우주ㆍ사이버ㆍ원자로 등)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외교안보의 중심축이 한미동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미국이 동맹국 참여를 독려한 쿼드에 ‘점진적’이라는 단서를 달아 가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쿼드 산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에 참여해 기능적 협력을 확대하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 성과를 평가해가면서 향후 정식 회원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핵위협엔 한미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총장은 “한미 간 유사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무기 투발 전략자산 전개 협의절차를 마련하고 정례적 운용 연습을 통해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으면 전술핵 배치 및 핵공유 등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추가적 안전장치 방안을 내놨다.
한중 관계와 관련해선 상호존중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양국 안보실장 간 고위급 전략대화를 정례화하는 등 전력작 소통 체제를 강화하겠다”며 “경제, 공중보건, 기후변화, 비확산, 녹색사업, 문화교류 등 양국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는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경색 국면에 빠진 한일 관계도 수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일본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며 “주권과 과거사와 관련한 사항은 당당한 입장을 견지하되 공영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정상회담을 통해 담겠다”고 했다. 한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한중일 기능별 협력도 신경 쓰는 조화로운 접근을 구사하겠다는 구상이다.
남북관계는 비핵화 진전 수준을 봐가며 경협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은 정치적 조건이나 비핵화 상황과 무관하게 진행하겠다고 윤 전 총장은 밝혔다. 그는 “한반도 변환 구상을 실현하겠다”며 “북한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현재의 단절과 대결의 남북관계를 개방과 소통, 협력의 남북관계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선 “많은 국민이 통일부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 생각을 갖고 계시지만 통일부를 폐지하는 건 헌법상 대통령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 부분과 맞지 않는다”며 “그 부처가 있어야 국무회의도 참여하고 법률안 제출권도 보장되는데 통일부를 폐지하는 건 통일정책과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를 준수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MZ 세대’로 꼽히는 20대 남성을 겨냥한 공약도 냈다. 우리 국격과 MZ세대 특성에 걸맞은 병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큰 틀에서 군 장병들의 의식주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전 총장은 “획기적 의식주 개혁으로 (장병들이) 원하는 식사를 선택하고 더 편하게 입고 잘 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군 복무기간이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원격강좌와 대학 학점 부여를 확대하고 창업 지원을 실시하고 병사 개인의 몸 관리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입영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고 장병들 휴가 기간 산정시 공휴일을 제외하고 휴대전화 소지 시간을 확대하는 등 군 장병들의 민원을 수용한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윤 전 총장은 병역 의무 이행에 합당한 보상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하도록 법제화를 추구하고 현역병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하고 군 생활 안전보장보험 가입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민간주책 청약가점과 공공임대주택 가점을 부여해 군 복무가 장병들의 미래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군 복무 경력 인정 법제화를 군 가산점제로 생각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채용시 가산점을 주는 군 가산점제도는 위헌판결이 난 사안”이라며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임금과 처우에서 군 경력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군 복무자 주택 청약 가산점제와 관련해 다른 후보 캠프 공약과 유사하다는 경쟁 후보 측 주장에 “청년을 대상으로 한 국방공약은 청년들이 제안하거나 희망하는 정책 제안을 선별하고 다듬어 공약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슷한 생각과 유사한 목소리는 당연히 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 복무자 청약 가산점 부여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서 논의돼 온 사안 중 하나”라며 “공약발표 시점의 선후를 두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희망을 공약을 통해 실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공약 마련에 참여한 한 국방분야 전문가는 “청년대표 30명의 토론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라 다른 후보와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했다. 여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차별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선 여성의 역할을 오히려 확대하는 기조로 공약을 마련했다”고 했다. 현 정부는 여성인력을 2022년까지 8.8% 약속했는데 윤 전 총장은 이 비율을 임기 내 20%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여성들에 대한 복지와 근무여건,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절대 채울 수 없는 목표”라며 “그만큼 여성의 역할 확대와 군 복무 환경 개선에 대한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ㆍ로봇 전투체계를 구축해 병력은 줄이고 국방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윤 전 총장 캠프는 과학기술 전문전투요원 모병을 확대하는 등 제2의 창군 수준으로 군대를 재설계해 국방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