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이 지난 2차 방송 토론회에서 불거진 윤 전 총장의 공약 표절 논란을 두고 주말에도 공방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이 자기를 향해 공약을 표절했다고 공격하자 “가짜 뉴스”라 반박하며 공약 개발을 위해 접촉한 청년과 전문가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 측은 “시간을 끌다 겨우 만들어 낸 게 의미 없는 명단”이라고 했다. 26일 밤 열린 3차 TV 토론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유 전 의원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윤 전 총장 공약은 지난 22일 공개한 ‘군 복무자 주택청약 가점 5점 부여’와 ‘현역병 국민연금 가입 기간 확대’ 공약이다. 이 공약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지난 23일 2차 방송 토론회에서 “7월 초에 내가 이야기했던 공약과 숫자까지 똑같고 토씨 하나 안 틀렸다”고 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리에서 수차례 회의를 통해 꼼꼼히 챙겼고 제대한 청년 수십 명을 인터뷰했다”고 반박했고, 유 전 의원은 “인터뷰 결과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측은 25일 대선 캠프 소셜미디어 계정에 공약 개발을 위해 의견을 수렴했던 현역 군인과 국방 전문가 등 48명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 캠프 측은 “공약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긴 인터뷰 자료가 아닌 명단만 주는 것은 동문서답”이라며 “시간을 끌다 겨우 만들어 낸 것이 의미 모를 명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번 양보해 공약은 베낄 수 있다 하더라도 공약 표절에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하며 사과하지 않는 후보의 윤리 의식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전문가와 청년의 구체적 명단까지 밝혔지만 (유 후보 측은) 거짓말 운운하면서 유치한 정치 공세에 몰입하고 있다”며 “과거 하태경 의원이 관련 내용으로 법안까지 발의한 바 있는데 그럼 이 공약의 원 저작자는 누구라고 밝혀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2차 토론회 때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홍준표 의원에게도 공약을 표절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소상공인 회생 지원 공약 등이 다른 후보 공약과 유사하다면서 “‘카피 닌자’(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을 아느냐”고 했고, 홍 의원은 “안보 공약에서 ‘국익 우선주의’라는 표현을 썼던데 내가 한 이야기”라고 했다.
윤 전 총장 공약을 둘러싼 표절 공방을 두고 국민의힘에선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정책 검증 드라이브를 세게 걸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이 정책 역량에서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내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선 “공약의 당부(當否)가 아닌 표절 논란으로 토론이 흘러가는 게 모양이 좋지는 않다”란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