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사회적으로 고립됐던 경기동부연합이 민주노총의 집행부를 장악하고 비정규직 등 소외 계층을 파고들면서 시민운동과 지방자치를 통해 부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플랫폼 ‘통합과 전환’ 준비위원회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개최하는 ‘경기동부연합을 어떻게 볼 것인가’란 토론회 발제문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주장했다. 플랫폼 ‘통합과 전환’ 준비위원회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제3의길’ 발행인 등 중도·진보 지식인들이 주로 참여한 단체다.
민주노총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던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은 발제문에서 “전통적인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누리고 안주하는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이라며 “이들은 문재인 정권과 교감 아래 세력을 비약적으로 키웠다”고 했다.
그는 “(경기동부연합의 세력 확장으로) 학교에선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을 주도하고 건설 현장에선 일용직 노동자가, 공무원 사회에선 공무직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의 핵심으로 등장했다”며 “민노총의 비정규직 노조의 시대가 열렸고, 동시에 노조의 불법과 폭력의 문을 연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얼마 전 경기도 김포의 택배 대리점주 사망 사건에서 보듯 이들의 폭력성이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고 죽음으로 내모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적 단체인 범민련 남측 사무처장을 맡았던 민경우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는 “주류 정치 집단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등의 영역에서 경기동부의 영향력은 상당하다”며 경기동부연합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이재명 지사가 나섰던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들었다. 그는 “당시 경기동부의 정치적 성향이 주사파라는 것이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며 “지지 기반이 부족했던 이재명 지사는 (주사파 논란에도) 실질적인 세력을 중시한 것으로 보이고, 경기동부는 이재명을 징검다리로 세력을 확장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경기동부연합이 소외 계층을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경기동부’란 책을 쓴 임미리 박사는 “(경기동부 구성원의) 하루 일과는 새벽 3~4시에 시작됐고 우유 배달과 신문 배달로 활동비를 충당했다”며 외환위기 당시 집집마다 방문해 실업자 실태 조사를 하는 등 헌신적인 노력으로 민심을 얻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