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한 민관(民官) 핵심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든 것으로 28일 파악됐다. 화천대유 측의 민간업자뿐만 아니라, 대장동 인허가에 개입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도 퇴직한 이후 부동산업체를 설립한 것이다. 여기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측근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까지 포함되어 있다. 유동규씨가 세운 부동산 개발업체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와 새로운 사업을 벌인 정황도 포착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화천대유·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이 경기도 곳곳에서 ‘대장동 판박이’ 식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는 지난달 1조원 규모의 경기 안양시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에 참여의향서를 냈다. 엔에스제이홀딩스라는 회사를 통해서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 8721만원을 투자해서 배당금 1007억원을 벌어들였다. 이후 그가 경기도 판교의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을 서울 강남으로 이전한 뒤 회사명(名)만 바꾼 쌍둥이 개발사가 엔에스제이홀딩스다. 이 회사에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가족, 이성문 대표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팀이 간판만 바꾸고 안양에서 또 다른 개발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박달스마트밸리는 약 320만㎡ 부지에 군부대 대체시설, 스마트 복합단지를 세우겠다는 것이 사업계획이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 파장이 커지던 지난 16일 돌연 민간사업자 공모가 취소됐다. 음경택 안양시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초 안양시에선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밀어붙였지만 화천대유 의혹이 일자 돌연 사업을 취소했다”며 “엔에스제이홀딩스 참여가 관련되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맞물린 시기에 대장동 개발 사업의 설계·시행을 주도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인사들도 부동산 개발사를 세웠다. 올해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정민용 전 투자사업팀장이 판교역에 설립한 유원홀딩스가 대표적이다. 대장동 개발 민관 영역에서 깊숙이 개입한 핵심 3인방이 최근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부동산 개발업체를 차린 것이다. 그런데 유원홀딩스 관계사 경영진인 이모(43)씨가 박달스마트밸리에 참여했던 엔제이에스홀딩스의 사내이사로도 동시에 등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가 사업적으로 밀착되어 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정 변호사는 “형(유동규)이 소개해 준 업체와 지금도 일을 같이하고 있다”고만 했다.
경기도 곳곳에서는 대장동 개발과 유사한 방식의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경기 포천시 내촌내리개발사업은 포천도시개발공사 50.1%, 민간사업자 49.9%로 지분을 나누는 ‘대장동 모델’로 설계됐다. 도시개발공사가 민간사업자와 공동 출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유한기 포천도시개발공사 사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진행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으로 일했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유 사장은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유동규씨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던 사람”이라고 했다.
사업비가 1조2900억원에 달하는 경기 평택 현덕지구는 경기도가 인허가를 책임지고, 민간이 공사자금 조달을 분담하도록 짜였다. 대구은행 컨소시엄이 최대 지분을 가진 민간사업자로 GH경기주택공사·평택도시공사와 함께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선 2013~2016년 진행된 위례신도시 사업도 ‘대장동 시험판’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남 변호사를 비롯한 화천대유 관계사(천화동인) 소유주들이 위례신도시 사업에서도 막대한 개발 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일각에선 특정 무리가 위례에서 재미를 본 뒤, 판을 크게 키워 대장동에서 치밀한 계획하에 역대급 일확천금으로 한탕 해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