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시행한 특수 목적 법인(SPC)은 ‘성남의뜰’이다. 성남의뜰 초대 대표를 지낸 최모씨는 28일 본지 인터뷰와 전화 통화 등에서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가 ‘나도 모르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고 나에게 말한 적 있다”며 “검찰 수사가 들어가서 판을 깔아줘야 이 대표도 억울한 부분을 풀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면서도 “수사를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하도 돈을 처발라 놔서”라고 했다. 그는 “이 상황이 무섭다”며 “자본주의에서 몇천억 갖고 돈을 처바르는데 안 무섭겠냐. 나는 어차피 월급쟁이다. 차원이 다른 게임”이라고 했다.
최씨는 성남의뜰 초대 대표를 맡아 2년 5개월간 등기에 올랐지만 자신은 속칭 ‘바지사장’이었다고 했다. 법무사 자격을 가진 최씨는 성균관대 법대 후배인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소개로 성남의뜰이 설립된 2015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성남의뜰 대표를 지냈다. 최씨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엔 고재환 변호사가 성남의뜰 대표를 맡고 있다. 고 대표도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다. 본지는 27일 최씨와 전화 통화로 인터뷰한 데 이어 28일 그를 직접 만나 성남의뜰 대표 재직 시절 상황을 들었다.
최씨는 “성남의뜰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나에겐 100% 실권도 없고 월급도 안 받고 회의가 있으면 교통비 명목으로 20만~30만원 정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는) 화천대유에서 회의를 주재했고 김문기 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처장이 주로 참석해서 안건을 논의했을 뿐 나는 관련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이성문 대표는 전날엔 관련 질문에 문자 메시지로 “저희는 사업하는 회사일 뿐이고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최씨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자신에게 화천대유가 시행을 맡은 구역의 아파트 등기 수익 일부를 챙겨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씨는 화천대유가 시행을 맡은 구역의 일부 등기를 맡아 약 1억원가량 수입을 거뒀다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1공단 것(등기)도 뺏겼다. (이 대표에게) 왜 뺏아가느냐고 했더니 ‘이재명 지사와 잘 아는 법무사에게 줘야 한다’고 해서 내가 ‘알았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법무사 쪽은) 그런 일이 많다. 법무사가 굉장히 경쟁이 치열하니까”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나는 그렇게 기억하는데, 오래된 일이라 명확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최씨 주장과 관련해 입장을 들으려는 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씨는 인터뷰 후 “이 대표가 ‘나는 절대 그런 말(’이 지사와 잘 아는 법무사에게 등기 업무를 줘야 한다’는 말)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나에게 전해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당시 등기 업무를 맡은 법무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추천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화천대유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정치권에선 화천대유에서 대리로 근무해온 곽상도 의원 아들(31)이 올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