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업자와 동업(同業)한 정황이 포착됐다. 유 전 본부장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부근에 세운 부동산 개발업체 ‘유원홀딩스’ 관계사와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 회사가 같은 주소지로 드러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대장동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개입한 민관(民官) 핵심 인사들이 경기도 일대에서 새로운 부동산 개발업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부하 직원으로 같이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와 올해 ‘유원홀딩스’라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차렸다. 대장동 사업 설계를 주도했던 두 사람이 세운 이 회사에는 컴퓨터조차 놓여 있지 않고 사실상 빈 사무실로 방치되어 있다. 유원홀딩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한 통신업체 ‘아이오플렉스’와 동일한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오플렉스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남욱 변호사가 새로 세운 부동산 개발업체 ‘엔에스제이홀딩스’와 주소지가 같다. 두 회사에 동시에 경영진으로 등재된 인물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사내이사였던 이모(47)씨였다. 결국 아이오플렉스를 매개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사업 관계로 얽혀 있는 셈이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 8721만원을 투자해서 배당금 1007억원을 벌어들였다.

대장동에서 막대한 개발 이익을 거둔 남 변호사가 새로 설립한 엔에스제이홀딩스는 지난달 1조원 규모의 경기 안양시 ‘박달 스마트밸리 사업’에 참여의향서를 냈다. 이 회사에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가족, 이성문 대표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한 화천대유팀, 성남도시개발공사팀이 이번에는 한 몸이 되어서 경기도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의심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주관한 유동규 당시 사장 대행과 평가위원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의 ‘동업 관계’가 언제부터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