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를 선출한 다음 날부터 경선 결과를 두고 내분에 빠졌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11일 “대선 경선 결선투표가 진행돼야 한다”는 이의제기서를 당에 제출했다. 전날 발표된 경선 결과 합산 과정에서 중도 사퇴 후보에 대한 유효표가 무효로 집계돼, 공식 발표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50.3%)이 자신들의 계산(49.3%)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후보는 확정됐다”며 “당이 분열했을 때 항상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며 사실상 재심을 거부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지지자 수백명은 이틀째 당사로 몰려와 시위를 했다.
설훈 의원 등 이낙연 캠프 소속 의원 22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선관위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한 당헌·당규에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 당규는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퇴하는 때’의 해석이다. 이낙연 캠프는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사퇴하기 전에 받았던 표는 ‘유효’라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는 사퇴한 후보가 받은 표 전부가 ‘무효’라고 해석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캠프의 김종민 의원은 “의도했다면 부정선거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실수이자 착오”라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 측 반발에 “우리 당은 어제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대통령 후보자) 추천서를 전달했다”며 “이 후보는 (대선 준비를 위해) 경기지사직을 속히 정리해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당이 상식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만 했다. 당 관계자는 “경선 결과를 되돌릴 현실적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수백명이 전날에 이어 몰려들어 “사사오입 부정선거”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당사로 들어가는 진입로 자체를 봉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과 일부 친문(親文) 진영에선 그동안 당 지도부가 대장동 의혹 등에도 ‘이재명 감싸기’만 한다는 불만을 표시해왔고, 이번에 무효표 논란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며 “갈등이 쉽게 수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