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야당 의원들의 일부 의혹 제기에는 “황당하다”며 여러 차례 웃었고,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이야기는 준비한 그림판을 꺼내 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의 몸통은 국민의힘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에게 ‘대장동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자 “제가 만약 진짜 화천대유의 주인이라면 길 가는 강아지에게 던져줄지라도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의원들을 둘러보며 “제가 왜 거기에 (돈을) 주나. (차라리 여기에 있는) 의원들에게 주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직접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는 그림판을 들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성남 지역 조폭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진술서를 공개하며 “20억을 받았느냐”고 하자 “이래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 질의 도중 “흐흐흐” “큭큭큭” 하며 수차례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 의원이 이 후보 측에 줬다는 ‘현금 다발’ 사진을 공개했을 때는 “어디서 찍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력은 많이 하셨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면서 “누구는 분당 파크뷰에서 몇천억씩 심지어 조 단위로 벌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저한테 20억 주겠다고 협박해 (돈 안 받으려고) 뒷주머니에 6연발 가스총을 차고 다니고 했다”고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주로 이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식의 질의를 하거나, 이 후보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 데 주력했다. 사회를 맡은 서영교 행안위원장도 “참 다행스러운 건 (대장동 개발) 이익 일부를 공공으로 환수한 건 좋은 발상이었던 것 같다. 그렇죠?”라고 했고, 이 후보도 “네”라고 답했다.
다만 일부 여당 의원은 결이 다른 질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양기대 의원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민간 업자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 후보와 아는 사이인가”라고 물었다. “지사께서 얼마 전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1원이라도 받은 것이 있다면 후보직 사퇴는 물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 했는데 지금도 유효하냐”고도 했다. 같은 당 오영훈 의원은 “우리 당 운영 정책 기조에 보편 복지를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는데, 기본소득 정책은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며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공격했다. 두 의원 모두 이 지사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소속 인사들이다.
이날 야당 의원들의 ‘맹탕 질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야당이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비슷한 질의를 계속해 이 후보에게 해명과 역공 기회만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이 후보 스캔들의 주인공인 여배우의 육성 인터뷰를 틀었다가 “국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얘기”라며 제지당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자신의 유튜브에 “질의 시간이 7분밖에 되지 않는데 (대장동) 사건 배경을 설명하면 안 된다. 직접적 슛을 날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