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직전 성남시 측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의혹이 25일 확산됐다. 임명권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성남시장)가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황 전 사장은 “외부 압력으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황 전 사장 사퇴에 이 후보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면 직권남용, 강요 혐의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 전 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2015년 3월 퇴임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는 ‘더 계셔 달라’는 취지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내가 남은 임기를 채우길 원했다면 한 마디라도, 자그마한 움직임이라도 취했어야 한다”고 했다. 임기를 1년 7개월가량 남기고 스스로 물러나는 과정에 외부 압력이 있었느냔 질문에 그는 “네”라고 답했다.
이는 사퇴 종용은 없었다는 이 후보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지사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그 양반(황무성 전 사장)이 퇴임 인사를 하러 왔을 때 ‘왜 그만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아쉬워했다. (외부 인사라) 적응이 안 되는구나 싶어서 다시 공직자 출신으로 사장을 뽑았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황 전 사장은 “내가 왜 적응을 못했겠나, 그 이유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라”고 반박했다. 사장 재직 시절 이 후보 측근인 정진상 전 정책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사퇴 압박’을 했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정 전 정책실장이 사퇴 압박과 무관하다는 이 후보의 해명과 관련해서도 “꼬리 자르기를 하려면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 후보 측근들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녹취 파일도 공개된 바 있다. 2015년 2월 6일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황 전 사장 집무실로 찾아가 “(사직서를) 써주십시오.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 써주십니까”고 수차례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유한기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의미로 ‘유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40분 분량의 녹취록에서 황 전 사장이 “정 실장과 유 본부장이 당신에게 (사직서 제출 요청을) 떠미는 것이냐”고 묻자, 유한기씨는 “그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양쪽 다”라고 대답했다. 유씨는 이 과정에서 “시장님 명(命)을 받아서 한 것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며 “오늘 (사직서를 제출)해야 된다.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납니다”라고도 했다. 녹취록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은 12번,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은 8번, 성남시장은 4번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사장은 유한기씨와 세 차례의 면담 끝에 결국 당일 밤늦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바로 이날 대장동 개발과정에서 유동규씨와 유착한 것으로 드러난 민간개발업체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이후 유동규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되면서 대장동 사업은 ‘화천대유 몰아주기’로 방향이 전환됐다. 이 무렵 유씨의 지시로 ‘민간업자들에게 과도한 초과 이익을 몰아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개발사업2팀이 대장동 사업에서 배제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씨의 이런 행위가 배임(背任)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구속했지만, 재판에 넘길 때는 배임 혐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은 이날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하면서 이 후보와 정진상 전 정책실장의 과거 전자결재 기록과 전자메일 기록을 추출해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성남시는 전자메일의 경우 보존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화 된 2015년 자료는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