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사과하겠다며 내달 초 광주(光州)를 찾겠다고 하자 당내 일부 경쟁 주자 측이 “계획을 취소하라”며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이 내달 5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 선출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쇼’ 아니냐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왼쪽부터), 홍준표 후보가 25일 오후 대전 서구 KBS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대선 경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포토타임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홍준표 의원 측은 26일 논평을 내고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호남인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모멸감과 상처를 줬다”며 “털끝만큼의 진심이 남아 있다면 ‘광주 방문 쇼’는 취소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홍 의원 측은 “5·18 묘역에서 분노한 광주시민들의 뭇매를 받고 영남 지역민들과 보수 우파를 향해 ‘진보에 탄압받는 제1야당 대선 후보’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며 “1991년 한국외대를 방문해 한총련 학생들에게 밀가루 테러를 받아내고 ‘과격 폭력 운동권’으로 여론을 반전시킨 정원식 총리 사건이 연상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전두환 발언’으로 의도치 않게 호남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데 대해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찾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조해진 의원은 이날 광주방송 인터뷰에서 “험한 일을 당하더라도 본인 발언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해도 가려고 한다”며 “안 가면 오히려 지도자로서 자질 부족”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광주에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더라도 용서를 구하고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본 경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이 이런저런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