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각계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조문객은 유족인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이 맞았다. 영국 출장 중이던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이날 오전 귀국해 곧바로 빈소로 올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소위 북방정책을 표명해서 우리나라의 시장을 거대하게 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하신 분”이라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가운데 외교에 대해선 커다란 족적을 남기셨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고인은 파란만장한 한국 역사와 함께 한 분”이라고 했다. 그는 “고인 기리는 자리여서 고인 공에 대해 말하는게 적절하다”며 “1987년 개헌 이후 당선된 첫 대통령이고, 소련붕괴와 독일 통일등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와중에도 냉철하게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를 잘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방 외교를 개척해서 시대소명을 제대로 완수했다”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고인 대신해서 5·18 영령들에게 무릎꿇고 참회한 고인의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대선 출마 질문도 받았지만 “여기서 개인 신상 관련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따로 말할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투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면서 “아무쪼록 영면 하시길…”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조문을 했다. 이 대표는 “고인은 민주화 이양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북방외교로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고인에게는 12·12 군사반란에 참여한 큰 과있다”며 “다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달리 고 노태우 일가는 추징금 납부노력을 지속했고, 당신께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건강이 안 좋았지만 그의 아들 노재헌씨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하는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경주해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분의 과를 오롯이 덮고갈 수 없는 것은 알지만 그런 노력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달리 평가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의미로 민주화 이후 직선대통령이었다는 차원에서 현대사에서 큰 이정표 남긴 분으로 추모한다”고 했다.
이날 빈소에는 22대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 44대 총리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도 찾았다. 노재봉 전 총리는 조문을 마친 뒤 “슬프다라는 말 밖에 할 게 없다. 유족들에게 따로 무슨 말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노태우 대통령은 6·29선언을 통해서 민주화의 길을 여셨다”며 “그 전에 여러 공과가 있지만 이 자체는 평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북방정책 통해 우리나라 지평 넓힌 공도 있다”며 “대통령께서 유명 달리하신 점에 대해 굉장히 애도의 뜻을 표하고, 또 이런 정신들 이어받아 우리가 꿈꾸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데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