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8년 2월 25일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3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노태우(盧泰愚·89)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오랜 투병 생활을 해왔던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건강이 악화되어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사에 12·12 군사 반란과 직선제 개헌을 위한 6·29 선언이라는 공과(功過)를 동시에 남겼다. 1987년 분출된 민주화 요구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면서 군사정권에서 문민(文民) 정부로 넘어가는 가교(架橋)역할을 했다.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육사(11기)를 졸업하고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1979년 육사 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신군부의 ‘이인자’였던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에서 분출한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 열린 대선에서 ‘보통사람 노태우, 믿어주세요’란 슬로건을 내세웠고 야권의 분열로 36.64% 득표율로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 유족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위대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고인 유언을 공개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60)씨, 아들 재헌(58)씨 등 1남 1녀가 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사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