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 “민생이 너무 어려운데, 초과 세수도 있어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날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 “로마까지와서 그 얘기를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하자,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료와 정치인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따르는 게 관료와 정치인”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의 반대와 상관없이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 박찬대 대변인도 이날 라디오에서 ‘홍남기의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이냐’는 질문에 “도전해 돌파할 것”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최대한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정도 더 걷힐 예정”이라면서 “이 재원을 기초로 국민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전날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최하 30만~50만원은 해야 한다”고 했다. 5000만 인구를 생각하면 재난지원금만 15조~25조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내년 예산이 600조원이 넘는데 3%만 구조조정을 해도 예산 증액 없이 18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여기에 초과 세수 10조를 이용한 추경까지 합하면 재원 마련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이 후보 측에선 홍 부총리와 충돌을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와 어느 정도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88%에 1인당 25만원을 지급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요구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지금 당장 예산안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며 “(후보의 의지가) 100% (당에) 반영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인 오영훈 의원도 라디오에서 “당·정과 좀 더 긴밀히 상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추가 지급에 동의할 가능성은 ‘제로’”라며 “결국 야당의 ‘금권 선거’라는 집중 포화를 맞으면서 강행 처리할 수밖에 없어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