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정치 편향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야당 의원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편향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특정 후보에게 반감을 드러낸 후보자가 KBS 사장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6월 29일 페이스북에 ‘약탈’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포털 사이트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고 “하도 오랜만에 듣는 생경한 단어라 사전을 한번 찾아봤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아무런 비판 없이 그런 말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나”라고 썼다. KBS 사장 공모가 시작되기 약 3개월 전쯤이었다. 이 게시물은 윤석열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올라왔는데 윤 후보는 출마 선언문에서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라고 했다. 윤 후보 발언 중 ‘약탈’이란 표현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앞서 서면 답변에서는 “해당 게시물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글이 겨냥한 대상이) 윤 후보가 맞는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편향성을 비판하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사를 쓰는 입장이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반감과 적대감을 드러내는 후보자가 과연 KBS 사장으로 자격이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KBS보도본부장이던 시절 태양광 사업 비리를 다룬 ‘시사기획 창’ 재방송이 취소된 것을 두고서는 외압 논란이 일었다. 현 정부가 장려한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를 다룬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은 2019년 방송 직후 청와대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 뒤 재방송이 취소됐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방송 다음 날 제작국장을 불러 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청와대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어떤 외압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KBS 사장 모집 공고 제출 서류에 위장 전입 사실이 없다고 기재했다가 이날 청문회에선 뒤늦게 인정했다.

KBS 이사들과 노조는 성명을 내고 김 후보자의 도덕성 및 사장 선임 절차를 문제 삼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KBS노동조합은 시민평가단 평가를 앞두고 임병걸 KBS 부사장과 서재석 전 KBS 이사가 돌연 사퇴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절차적 흠결과 하자가 뚜렷한 원천 무효 상황”이라고 했다. KBS 이사 4명은 성명을 내고 “정권 편향적인 보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