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시절 2인자로 불렸던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한 23일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별세한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 부장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장 전 안기부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전 대통령 자택에서 나오면서 기자들이 ‘누굴 만났나’, ‘안에서 어떤 말을 나눴나’ 등을 묻자 “그런 거 묻는 거 아니다. 물어봐야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그는 “유족들을 안 만났다”면서 ‘안에 누가 계시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했다.

5·18 당시 발포 명령이 없었다는 입장인지를 묻는 말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 별세에 대해 소회가 있냐는 말에는 “모든 사람이 느끼는 바대로”라고 짧게 답했다. 장 전 안기부장은 이 대답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그대로 자택을 떠났다.

장 전 안기부장은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으로 12·12군사반란에 가담했으며 대통령 경호실장과 국가안전기획부장 등을 지냈다.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안기부장에서 물러났으며,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국회 5공 청문회에 출석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추궁에도 끝까지 입을 닫았다. 이후 5공 비리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옥살이를 했다.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엔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비롯해 하나회 멤버인 고명승 전 3군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 등 군사쿠데타에 협력한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씨는 이날 오전 취재진에게 “전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근처에서 한 70대 남성은 고인이 5·18 유혈진압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전단을 민정기 전 비서관에게 전달하려다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