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6일 나흘간의 호남 방문에 나섰다. 첫 행선지로 전남 목포를 찾아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복수혈전에 미쳐 있는 세력” “전두환의 후예”라며 정권 교체는 곧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별세를 계기로 5·18 민주화운동 등 과거를 부각시켜 호남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아직 과거 여당 대선 후보들만큼 호남 지지세를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광주전남 지역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패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번 호남행은 전통적 지지층 결집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전남 목포시 동부시장을 방문, 즉석연설하고 있다. 2021.11.26/연합뉴스

이 후보는 이날 목포 동부시장을 찾아 즉흥 연설을 했다. 그는 “호남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서 억압받고 힘들어 하면서도 나라를 받쳐온 우리 민중의 본거지”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호남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호남이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는데 민주당이 안타깝게도 호남이 명령한 개혁의 정신을 제대로 다 실천하지 못했다. 반성한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목포로 가는 도중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저한테 온갖 음해를 하며 권력을 가져보겠다는 집단은 전두환의 후예”라며 “군사반란 세력이 만든 소위 민정당인데, 지금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씨 사망 당일인 지난 23일 극단적 선택을 한 5·18 민주화 유공자 고 이광영씨의 빈소를 전날 방문한 사실도 언급하면서 “총으로 국민을 살상한 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평생 호의호식하다가 천수를 누리고 떠났는데, 총상을 입고 평생 고통과 억울함 속에 살았던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같은 날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3박 4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은 이 후보는 이날부터 3박 4일간 호남에 머물며 광주와 전남에 있는 모든 지역구를 1곳도 빠짐없이 들르는 강행군에 들어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 출발한 이 후보는 전남 신안과 해남, 장흥, 강진, 여수 등을 거쳐 28일 광주로 향한다. 대선 D-100일인 29일에는 ‘전국민 선대위 회의’를 광주에서 열고,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도 방문한다. 총 이동 거리는 1300㎞다. 27일부터는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도 동행할 예정이다.

이 후보가 이처럼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호남 지역 지지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22~23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보면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64.9%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윤석열 후보도19.1%를 기록했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대체로 80~90%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역대 김대중(94.7%), 노무현(93.4%), 문재인(89.2%), 정동영(79.5%) 후보의 대선 호남 득표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호남은 이 후보가 경선 기간 유일하게 1위 자리를 빼앗긴 지역이기도하다. 최근에는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옛 국민의당 인사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에 들어가면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날 호남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지만, 걱정도 적지 않았다. 목포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일은 잘하는 것 같은데 마음 놓고 지지할 수는 없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가 터지지 않느냐”고 했다. 60대 상인은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 대선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 목포 시민은 “어차피 선거 날이 되면 이재명을 찍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이제 시작인 만큼 호남에서 열심히 하겠다. 호남 시민들도 마음을 열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